▲크레온 왕과 아들 하이몬(김현중 역)크레온이 안티고네가 죽자 분노하는 아들 하이몬(김현중 역)을 진정시키고 있다.
문성식 기자
관객이 무대에 입장하면 가운데 철창 안에는 안티고네가 잡혀와 있다. 오빠의 시신을 묻어주려 한 것이다. 테베의 왕 크레온이 내린 "긴급명령 18호"가 적힌 종이를 시민으로 분한 배우가 관객에게 다가와 나눠주고서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읊조린다. 관객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90여 분 동안 치열하고 처절한 원형경기장 속의 팽팽한 대립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다.
국가와 개인, 개인과 국가. 개인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질서 안에서야 개인도 유지될 수 있다. 안티고네는 처절히 혈육의 정으로 인간 도리를 다 했음을 주장하며 자신이 살 것을 과감히 포기하지만, 외삼촌 크레온 왕은 국가의 법을 어긴 안티고네를 가혹히 심문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티고네가 완강히 반항하자 결국 처형한다.
각각 2010년과 2011년 히서연극상, 올해의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수상한 두 남녀 주인공인 박완규와 박윤정의 연기대결이 무척 돋보인다. 공연 내내 갇힌 공간 안에서 인간감정과 법질서와 통치에 대하여 이들은 긴박하게 논의한다. 머리채를 잡고, 부둥켜 안고, 목놓아 소리치고, 운다. 무대는 별다른 구조물 없이 단지 사각 철창과 그 안팎, 그리고 왕비 에우리디케가 위치한 관객석을 활용하지만 집중감과 때때로 무척 넓은 동선도 보여준다. 극은 원작보다 더욱 격앙되고 치열한 대사톤과 인물간의 대결구도를 보여주며 수천 년전 그리스 고전을 더욱 세련되게 현대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