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출
오기출
-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환경대재앙 하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 같다.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는 어떤가? 또 세계적으로 환경재앙이 가장 심한 지역은 어느 곳인가?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있다고 보는가?"지난 15년 동안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그 때마다 좌절을 겪어 왔다. 특히,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1997년부터 기후변화 심각성을 한국사회에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이 많았다. '왜 100년 뒤에나 일어날 이야기를 해서 당장 바쁘고 할 일도 많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가?''인기 있는 주제를 가져와라. 기후변화니 사막화니 그런 주제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2007년 초반까지 10년간 이런 반응이 많았다.
그렇지만 2007년부터 기후변화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확산되면서 이제는 다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지구촌에 기후변화가 발생해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참 안 돼 보이지만, 그래도 한국은 기후변화 영향이 없어 다행'이라는 태도가 그것이다. 지난 몇 년간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한국은 기후변화의 안전지대일까? 그저 우리와 먼 남의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에 있고 기후변화 재앙에 포위되어 있다.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에 기후변화로 급속하게 확장된 사막화로 발생한 대규모 황사, 2011년 3월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 방사능 누출,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태풍, 그리고 백두산 화산 폭발가능성. 현재 한반도는 오른쪽 슈퍼황사, 왼쪽 방사능, 남쪽 슈퍼태풍, 북쪽 화산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재앙의 한가운데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에 던져져 있다.
이제 세계적으로 환경재앙이 가장 심한 지역과 덜 심한 지역, 안전지대가 구별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론, 30년 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이 사막화 확장으로 고통을 받는 대표적 환경재앙 지역이었다. 지금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북미, 유럽 등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촌 환경문제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지역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촌은 지금 하나의 환경공동체로 연결되어 기후변화 안전지대는 없다."
- 개인적으로 기후변화, 사막화 등 지구촌 환경문제에 뛰어들게 된 계기나 동기가 무엇이었나?"나는 1981년 대학에 들어가서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1980-90년대 민주화운동단체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활동가로 지냈다. 사실 1997년 전까지는 지구촌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다. 영어단어도 기억나는 것이 없었을 정도였다. 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기에 국제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애초에 관심도 인연도 없었다. 그런데 1997년에 우연히 일본으로부터'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일 공동 심포지엄을 열자는 제안을 받았다. 호기심으로 동의를 하였고 1998년 2월 서울에서 일본 팀을 초청해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실 별로 기대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참여한 발제자들 발제문을 보고, 이야기를 듣다가 현재 지구촌이 '환경, 빈곤, 평화, 금융문제'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특히 일반시민들이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들이 될 수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서 지역 간, 국가 간 경계를 넘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지구촌 문제에 뛰어들게 된 계기였다.
특히 1998년 당시 한국은 IMF 관리체제하에 있었는데 힘없는 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어 직장과 집을 잃고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운동가로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IMF 관리체제라는 현실 속에서 한국만 잘해서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는 점, 금융문제와 더불어 기후변화가 힘없는 시민들을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 이를 위해 지역과 국가를 넘어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들이 지구촌 환경문제에 뛰어들게 한 최초의 동기였다."
- 2011년, 지구역사상 이산화탄소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지구촌이 금융위기와 경제후퇴라는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는 동안 2011년 지구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394ppm을 넘어서게 된다. 분명한 사실은 394ppm은 지난 200만 년 지구 역사 상(200년이 아니라 200만 년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 중 최고치이다. 언론도 정부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숫자를 무시하고 있다.
지구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를 표시한 이 숫자의 결과가 당장 2012년부터 지구촌에 몰아닥칠 지도 모른다. 대홍수, 슈퍼태풍, 가뭄, 지독한 황사, 사막화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할 식량위기, 물 문제, 다양한 동식물종의 대멸종, 대규모 환경난민발생이라는 참혹한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야 인류는 비로소 이산화탄소 농도 394ppm에 몸서리 칠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예상한 지구온난화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지구온도가 올라갈 전망이다. 2007년'IPCC'가 기후변화 제4차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지구촌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참혹한 미래에 대해 매우 놀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현재 툰드라지역에서 땅이 녹으면서 땅속에 매장되어 있었던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매탄이 지구 대기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현재 인간의 무관심 속에서 지구생명체와 인류가 적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기가 고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