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급소지난날 영월광업소에서 일했던 광부들은 월급을 돈이 아닌, 배급표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때엔 개인의 근무 성적에 따라 전표를 받기도 하고, 또 쌀과 잡곡으로 따로 배급을 받기도 했답니다. 사진은 배급소에서 삯을 계산하는 모습이랍니다.
손현희
광부들의 삶 또한 참으로 어렵고 가난했는데, 무엇보다도 한 식구들끼리 한 집에서도 모두 얼굴을 마주보며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답니다. 탄광일이 모두 그렇듯 3교대 근무를 하기에 밤과 낮이 바뀌어 사는 일이 허다하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아버지가 함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어려웠고, 규칙 있는 생활을 할 수 없어 부부관계, 가족관계를 해치는 일이 흔했지요.
이곳에서는 일을 하고 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표를 받거나 쌀을 배급 받았답니다. '배급소'가 따로 있어서 개인의 근무 성적에 따라 쌀이나 잡곡을 배급받았는데, 그걸 도로 현찰과 바꾸어서 쓰기도 했다네요. 이발을 하거나, 식료품을 살 때에도 배급받은 전표와 바꾸거나, 사번을 불러주면 나중에 공제하는 방법으로 했답니다. 또 상인들은 그 전표를 광업소에서 돈으로 맞바꾸었고요.
'배급날'이 가까이 오면, 난전에 천막을 치고 큰 대야에 쌀을 내와 파는 광부들과 또 광부들한테서 쌀을 사려는 장사치들도 많이 생겼답니다. 급한 돈이 필요하면, 쌀을 헐값에 내다팔고 그걸 산 장사치들은 또다시 비싼 값에 광부들한테 되파는 것으로 이문을 남기는 이들이 많았대요. 그러다 보니, 광부들의 삶이 언제나 어려움에 허덕이며 살아갈 때가 많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