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취재 영상물을 보며 편집을 하고 있다.
유성호
"우리가 저녁을 안 먹은 거냐?"회의실을 나온 전 MBC 노조위원장 이근행 프로듀서(PD)가 식사메뉴를 묻는 말에 당황해 하며 말했다. 시간은 오후 9시를 훌쩍 넘겼고 인터뷰 예정시간도 두 시간이 지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를 기다리면서 막막하고 짜증도 났지만 밥 먹는 것도 잊고 일하는 <뉴스타파> 앞에서 딱히 뭐라 항의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도 그 분주함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은 여기가 노조사무실인지 방송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3일 <뉴스타파>의 두 번째 보도를 앞두고 한쪽에서는 회의가, 한쪽에서는 편집이, 또 한쪽에서는 녹음이 진행됐다. 그 모습을 단지 '바쁘게 일한다'라고 표현하는 건 부족하다. 그들이 가진 모든 걸 짜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충혈된 눈, 헝클어진 머리, 까칠한 피부는 그냥 '옵션'이다.
전국언론노조와 해직 언론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뉴스타파>는 단 한 번의 방송만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만 2일 현재 34만 조회를 기록했고 팟캐스트 다운로드 횟수를 합치면 50만 건이 넘어간다. 공식적인 집계만 이 정도다. 동영상 뉴스가 여기저기 '펌질' 당해 나간 건 헤아릴 수도 없다. 공중파 시사교양 프로의 간판 PD로, 탐사보도팀의 '능력자'로, 뉴스전문채널의 앵커로 활약했던 이들의 위력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변변한 장비 없이,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 정도 히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자들이 방송국 밖으로 쫓겨난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이 해직 언론노동자라는 사실은 현재 우리 언론이 어떤 지경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보다 잘했고 방송사를 이끌어 왔던 언론인들이 거리에 나서게 된 이유. 그들이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웠는지를 보면 그 답은 명쾌해진다. <뉴스타파>는 그 존재만으로도 현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근행 PD는 이명박 정권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기 2~3년 차에 MBC노조위원장이었다. 청와대에서 '쪼인트' 까이며 내려온 김재철 사장과 맞서 39일 총파업 투쟁을 지휘했던 그는 지난 2010년 6월 해직됐다. <뉴스타파>로 돌아오기까지 1년 6개월. 그는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MBC 동료 조합원들이 또다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지 나흘째, 회사 밖에서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한 이PD를 만났다.
"<뉴스타파>제작, 메이저에 있었다는 부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