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후문 건너편의 '빵집' 이화당. 지난달 26일 이화당 바로 옆에 약 세배 규모의 파리바게트가 생겼다.
소중한
"왜. 저.렇.게. 해.요?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30년 넘게 '빵집' 이화당을 운영해 온 박성은(74)씨가 미국인의 어눌한 발음을 흉내 냈다. 얼마 전 이웃에 10평 남짓한 이화당보다 세 배 넓은 파리바게뜨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연세대 어학당에 있는 미국인 단골 손님이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자기 동네에서는 "저렇게" 장사하지 않는다고.
마침 지난 1월 31일 30년 전통의 과자점 리치몬드 홍대점이 마지막 영업을 했다. 그 자리엔 롯데 계열의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가 들어선다. 같은 날 오후 이화여대 후문 건너편에 있는 이화당을 찾았다. 주인 노부부에게 리치몬드 소식을 전하자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리치몬드 폐업? 우리도 없어진 거나 다름없어""기술도 좋고 자본도 탄탄할 건데. 정말 그렇게 돼 버렸어? 어떻게 해…. 리치몬드가 없어지면 우리도 다 없어진 거나 다름없어."박씨의 부인 신현주(71)씨는 인터뷰 내내 연신 리치몬드 이야기를 꺼냈다. 기자에게 "정말 그 좋은 빵집이 없어졌어?"라며 리치몬드의 폐점 여부를 수차례 물었다. 얼마 전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가 생기면서 이화당 역시 사정이 안 좋아진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노부부에 따르면 이화당 매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신씨는 "나 같아도 크고 깨끗한 곳으로 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바로 옆 파리바게뜨에 가봤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 5명이었다.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테이블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파리바게뜨 바깥 길모퉁이로 이동했다. 그곳에 서니 이화당 모습은 파리바게뜨 건물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다.
실제 파리바게뜨 건물은 이화당보다 좀 더 튀어나와 있었다. 박씨는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이 잘 해결되지 않아 구청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구청 직원들이 와 점검은 하고 갔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업주와 잘 상의해봐라", "파리바게뜨 쪽에서 세금을 내면 된다"는 답을 얻었다. 이제는 답답해서 포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