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킬 디지털TV, 42인치 풀-HD LED, 선착순 300대 한정판매, 1월31일 10시'. 00사 배너광고
00사
우연히 방문한 사이트, '반값 TV'를 판다그러던 1월의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00 사이트에 '올킬 디지털TV, 42인치 풀-HD LED, 선착순 300대 한정판매, 1월 31일 10시'라는 배너광고가 눈에 딱 들어온다. 당장 클릭하고 보니 50만 원대다. 아, 눈이 번쩍 뜨인다. 이건 바로 나같은 사람을 위한 배려 아니겠는가? 00, 너 정말 고맙다.
"42인치를 40만 원대에 내놓아 1분만에 300대가 팔린 기획 이후 다시 찾아온 최고의 기회"라고 꼬드기니 누군들 눈이 멀지 않으랴. 42인치 LED가 50만 원대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지난 1월 17일 49만 9000원짜리 42인치 TV 300대가 1분 만에 모두 팔렸지만, 당시 모델은 LED가 아닌 LCD였다. 나는 이미 눈이 휙 돌아가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요즘 '디지털 방송' 운운하며 한참 떠들썩하지만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결국 반값 TV 앞에 나도 그만 공범이 되고 말았다. 귀신에 씌었을까? 평소에 사이비종교인이 말을 걸어도 뒤도 안 돌아보고 갔었는데 이건 뭐 판단력이 점점 흐려진다.
동일한 제품을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쇼핑몰에서 확인해 보니 80만 원대다. 만약 선착순으로 이 TV를 구입하고 운송비와 설치비까지 부담한다 해도 더 싼 가격이다. 더 찾아보고 알아볼 것도 없었다. 국산(W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결국 대세는 기울고 말았다.
국내 굴지의 제품은 아니었고 옵션비용(운반설치비 8만 원, USB단자추가 7만 원대)도 있었지만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급 대기업제품이 시중가로 120여만 원을 호가하니 그리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
명색이 디지털 TV인데, 기능이나 디자인보다는 시대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옵션비용을 포함하여 신용카드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한 금액이 75만 8천원. 어찌됐든 이 가격에 42인치 풀HD급 LED를 보내주시는 판매자는 과연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가?
하지만 고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그 시간이면 사무실에 있을 시간인데…. 혹시라도 정전이라도 난다면? 손님이 찾아온다면? 인터넷이 갑자기 버벅거린다면? 혹시라도 이 기회를 놓친다면 쪽팔림은 둘째 치더라도 가족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판매예정일 이틀을 앞두고 별의 별 걱정이 앞선다. 2년보다 더 길었던 이틀이었다. 회사에서도 차에서도 집에서도 심지어는 꿈속에서까지 그놈의 LED가 나를 따라다녔다.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를 유혹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살아야지.
'어차피 선착순이라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속도로 접속시도를 하는 사람이 승리(?)할 확률이 높을 거야. 그렇다면 피시방으로 가야 하는건가? 아, 이를 어쩐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결국 운명의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당일 아침, 출근한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컴퓨터를 켜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끈기와 정확한 시력 그리고 전날 밤 지식문답 코너를 통해 한 학습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터득한 시나리오에 따라 결국 나는 TV를 손에 넣고 말았다. 그 비법을 지금부터 지면으로 공개한다.
반값 TV를 손에 넣은 나만의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