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없지만..."아내의 자랑이 이어집니다

김영수·양재향 장애인부부의 결혼이야기

등록 2012.01.31 09:28수정 2012.01.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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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운명은 우리에게 장난을 친다. 그 때문에 눈물이 배가 되기도 한다. 오늘 우리가 만날 이들 부부 또한 그런 경우이리라. 지난 30일 자택(안성시 현수동)에서 그들을 만났다.

 

장애인 무료 합동결혼식을 치러

 

24년을 기다려온 결혼식이었다. 남편은 결혼식을 올리려했지만, 아내가 그동안 반대해왔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그동안 부부는 쉴 새 없이 병원을 들락날락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다.

 

장애인 합동결혼식 2011년 12월 12일은  그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날이다. 24년 만의 결혼식이라는 것보다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결혼 이틀 전 별세하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물의 결혼식이었다.
장애인 합동결혼식2011년 12월 12일은 그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날이다. 24년 만의 결혼식이라는 것보다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결혼 이틀 전 별세하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물의 결혼식이었다. 송상호
▲ 장애인 합동결혼식 2011년 12월 12일은 그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날이다. 24년 만의 결혼식이라는 것보다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결혼 이틀 전 별세하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물의 결혼식이었다. ⓒ 송상호

고맙게도 안성시 장애인협회(회장 여운천)와 안성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정토근)가 무료결혼식을 주선했다. 소위 장애인 합동결혼식이었다. 지체장애인 남편과 뇌병변장애인 아내의 오랜 숙원이었다.

 

24년 동안 미뤘던 결혼식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눈물겨운 결혼식이었다. 2011년 12월 12일, 안성 동원웨딩홀에서 치러졌다. 기쁨과 설움이 뒤범벅되는 결혼식이었다.

 

결혼식 이틀 남겨 두고 친정어머니 별세해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결혼식 이틀을 남겨두고 아내의 친정어머니가 별세했다. 결혼식 당일이 어머니의 발인 날이었다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딸의 행복을 그토록 원하셨던 어머니는 딸의 결혼식도 보지 못하셨다. 차마 눈이라도 제대로 감으셨을까.

 

결혼식 당일은 눈물바다였다. 결혼식 하기 전까지 상가에서 부부는 밤을 새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야 될 날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결혼식이 발인 날짜라 가족과 친척도 오지 못했다. 가장 좋아야 할 결혼식, 하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결혼식이 되었다.

 

그들만의 결혼식이 아니라 미루지도 못했다. 그날 같이 결혼하는 다른 한 쌍의 장애인부부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결혼식 자체도 장애인 단체에서 만든 무료 결혼식이니 미룰 수도 없었다.

 

"결혼식 내내 운 기억만 나요."

 

이 말을 하는 아내와 남편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덕분에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부지런히 상가로 향했다. 당일 신혼여행이 장애인단체에서 마련한 제주도 무료 여행이었다. 평생 꿈꾸어왔던 제주도 여행의 꿈은 사라졌다. 그들의 제주도 여행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아니면 앞으로도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거실에서 김영수, 양재향 부부가 사는 집 거실이다. 비록 10만원짜리 사글세 방이지만,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다. 아내가 부지러한 탓에 집안이 아주 깔끔했다.
거실에서김영수, 양재향 부부가 사는 집 거실이다. 비록 10만원짜리 사글세 방이지만,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다. 아내가 부지러한 탓에 집안이 아주 깔끔했다. 송상호
▲ 거실에서 김영수, 양재향 부부가 사는 집 거실이다. 비록 10만원짜리 사글세 방이지만,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다. 아내가 부지러한 탓에 집안이 아주 깔끔했다. ⓒ 송상호

25년 전 만나 서로에게 정 느껴

 

이렇게 어렵게 결혼하는 덕분에 마음의 짐은 덜었다는 이들 부부.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사는 동안 서로에게 미안했다고 고백하는 이들 부부. 그나마 결혼식을 치렀다는 안도감이 이들 부부를 위로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아내. 남편이 일자리 따라 강원도를 갔다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고. 남편이 아플 때 약도 사주고, 위로해 주는 아내의 모습이 좋아 정이 들었다는 남편. 그는 그 때를 떠올리며 흐뭇해했다. 생각만 해도 좋은가 보다.

 

그렇게 24년 전 안성으로 온 아내. 형편 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동안 험한 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 부부를 힘들게 한 것은 병과의 전쟁이었다. 이들 부부를 합치면 소위 종합병원이다.

 

요즘도 대학병원의 신장내과, 안과, 심장혈관과 등을 주기적으로 다녀야 한다. 당뇨병은 물론이고 심근경색에도 시달렸다. 남편은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고, 아내는 점점 눈에 힘이 풀린다. 남편의 근육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아내의 시력은 떨어져 한 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

 

하지만, 이들 부부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따스하다. "쥐뿔도 없지만 예쁘게 산다"고 주위에서 말해준다며 아내가 자랑한다.

 

아내가 시장가고 교회 가는 날이면 '삼발이(그들은 보조바퀴 달린 그들의 자가용 오토바이를 그렇게 불렀다)'를 타고 남편이 출동한다. 남편은 가까운 곳은 지팡이로, 먼 곳은 삼발이로 다닌다. 아내는 남편 덕분에 먼 곳을 출타하곤 한다.

 

삼발이 오토바이 삼발이 오토바이는 그들 부부의 훌륭한 애마다.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아내는 장도가고, 교회도 간다고. 남편은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안성 시내를 맘대로 드나든다.
삼발이 오토바이삼발이 오토바이는 그들 부부의 훌륭한 애마다.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아내는 장도가고, 교회도 간다고. 남편은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안성 시내를 맘대로 드나든다. 송상호
▲ 삼발이 오토바이 삼발이 오토바이는 그들 부부의 훌륭한 애마다.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아내는 장도가고, 교회도 간다고. 남편은 이 오토바이 덕분에 안성 시내를 맘대로 드나든다. ⓒ 송상호

요즘 같은 추운 겨울도 예외는 없다. 한 번 출동할라치면 거의 중무장해야 한다. 모자 쓰고, 목도리 싸매고, 장갑 2개 끼고 등등. 삼발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참 훌륭한 효자다.

 

남편도 아내도 이구동성, 이심전심이 있다. 그것은 서로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고 느끼는 것. "형제가 돌봐 주겠느냐, 부모가 돌봐 주겠느냐"며 남편은 그저 행복해한다. 평소 남편은 아내의 눈이 되고, 아내는 남편의 손이 된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 부부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걸어가는 그들이 있어 이 세상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장애인 합동결혼식 #합동결혼식 #장애인 #장애인부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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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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