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7일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성역화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날 제막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항간에는 이런 말들이 돌고 있습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나"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지금 한나라당의 쇄신은 과거로부터의 단절도, 과오에 대한 반성도 없는 사상누각이라는 뼈아픈 질책일 것입니다. 즉 역사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우리 사회의 이른바 보수세력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생래적 한계를 원죄처럼 지니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려스런 점은 개발독재의 수혜자가 아닌 상당수의 국민들이 아직도 이승만·박정희를 맹목적으로 숭앙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여기에 더해 교과서 대개편, 각종 기념관과 동상 건립 등 숱한 역사파괴가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역사를 날조·왜곡하는 행위는 그 폐해가 당대에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통시적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확산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식민지배,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의 수난 속에서도 항일독립운동을 전개하였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하였으며 평화통일의 길을 닦아온 자랑스런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위대한 역사의 주역들은 60년이 넘도록 국가가 외면해온 친일청산이라는 민족사의 과제까지 스스로 정성을 모아 해결해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사전을 펴낸 지 2년이 갓 지난 지금 우리는 거대한 역사의 반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적 지지와 성원 아래 진행되었던 진실한 역사 찾기가 또다시 실종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우상을 만들고 신화를 창조하며 시민들이 애써 복원한 진실한 역사를 지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전면적인 역사전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민 여러분! 시민이 쟁취한 정직한 역사는 시민만이 지킬 수 있습니다. 올바른 기억을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서 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역사 지킴이가 되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현 정권과 보수세력이 정권 재창출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이를 선거에 악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한판 역사전쟁에서 진실이 거짓에게 더 이상 우롱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역사청산을 완성해가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의 힘으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었고 민주정부 10년간 과거사청산도 일정하게 이끌어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시민 주도의 역사문화운동이었습니다. 부일협력자, 권력기관의 친일잔재, 국가폭력과 비민주적 행태들을 함께 청산해 가는 대장정에 올랐다고 많은 이들이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당위로만 여겨졌던 국가의 역사반성은 정권교체와 함께 급속히 퇴색하고 말았습니다. 겪고도 믿기 힘들지만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 시대보다 더한 역사의 암흑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커다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강력한 역사전쟁의 기지로서 (가칭)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시민역사관은 민초들의 이야기가 담긴 살아있는 역사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부정한 권력에 아부했던 지배층의 역사가 아니라 자유와 정의를 위해 피흘렸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입니다. 일제식민지배의 혹독한 현실과 친일파들의 무도한 반민족행위들을 낱낱이 증거할 것입니다. 또 신판 식민사관인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를 당대 민중의 삶과 생생한 자료를 통해 여지없이 분쇄할 것입니다. 더하여 시민사회가 이룩한 위대한 친일청산의 역사 또한 상설 전시함으로써 그 역사적 의미를 미래세대에까지 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