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사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올린 뒤 해고된 박종태씨가 2010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의 노동조합 설립 탄압규탄 및 삼성전자 박종태씨 해고무효확인소송 소장제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종태씨가 직무대기 처분을 받았을 당시, 컴퓨터도 없는 빈 책상에서 사내 메일도 사용할 수 없게 차단된 채 '왕따 직원' 생활을 하는 모습이 뒤로 보인다.
유성호
하지만 그녀뿐이겠는가.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고 박지연, 고 황민웅,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 김주현 등…. 그리고 열거하지 못한 수많은 죽음들과, 지금도 투병 중인 노동자들이 있다. 이 수많은 죽음과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하지만 그 의혹을 밝혀야 할 당사자인 삼성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감시의 눈으로.
삼성은 '초일류기업'이라는 브랜드 속에 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을 숨기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선량한 이미지 뒤에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반성하기는커녕 그 죽음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삼성이 있을 뿐이다.
삼성이 감시의 눈으로 지켜본 게 죽음에 이른 그들뿐이겠는가, 투병 중인 그들만이겠는가. 살아 있는 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노조 경영으로 수십 년을 버텨온 삼성이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날에도 삼성은 여전히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삼성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삼성노조를 만든다는 기자회견 날 그들을 뒤따르던 감시차량이 23대 정도였다고 했다. 삼성노조를 미행하는 차량을 도리어 따라가 혼을 내줬다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는 씁쓸한 웃음을 안겨준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자부하는 삼성이 하는 짓이 법에도 당연한 권리로 명시되어 있는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미행하는 짓이었다니. '노조는 안 돼'라는 창업주의 가르침을 따라 무노조의 신화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곳. 사람답게 살기 위해 외치는 목소리를 감시와 미행으로 단칼에 내리쳐버리는 곳. 그렇게 이룩한 삼성의 공화국이 어찌 사람의 공화국이겠는가.
그리고 여기, 삼성과 외로이 싸우는 한 노동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박종태. 삼성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외치던 그는 2010년 11월, 23년 일한 직장에서 결국 해고되었다. 그리고 1년을 거리에서 보냈다. 그의 싸움이 안타까워 그와 함께 싸우고자 왔던 대학생들이 있었다. 하루는 박종태씨가 농성텐트 안에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잠깐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를 떴는데, 곧 그 학생은 얼굴이 벌개져서 돌아왔다.
"삼성 직원들끼리 하는 무전이 들렸는데요. 텐트 안에 누가 있는지 다 알더라고요."웃어넘겼지만, 웃어넘길 수 없는 일. 한 노동자의 싸움과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온 이들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다 감시한 이들. 이들이 바로 삼성이었다.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은 떡값 검사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