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권우성
그러면서 자연스레 복지문제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는 "국민들이 최소한 입고, 먹고, 자고, 병원, 교육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와 성장은 함께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위해 분배와 노동, 재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배 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교육, 의료 등은 국가가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 기본적인 복지를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그게 돼야 한다. 그래야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큰 걱정하지 않고, 다시 배우고, 일하는 기회도 생기지 않나. 지금처럼 '해고는 살인'이 되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도 어렵다."
- 많은 돈이 필요한데, 나랏돈으로는 어렵지 않겠는가."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이것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더욱 양극화, 빈곤 성장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정부 때 '비전2030'을 통해 복지 성장을 위한 계획서를 만든 것이다."
- 당시 보고서에 2030년의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이 1100조 원이 든다고 썼는데."(커피를 마시면서) 언론들이 '세금폭탄이네' 하면서 엄청 시끄러웠다. 제대로 보면, 그리 허황된 수치가 아니다. 1100조 원이라는 돈은 25년 동안 매년 물가가 오르는 것을 포함해서 계산해 보니까 그만큼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25년 동안 발생할 총 GDP의 2% 수준이다."
그는 "내 잘못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6년 당시 우리나라 재정의 7%(약 16조 원)만 매년 '비전2030'에 투입할 경우, 복지국가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때만 해도 진정성에 호소하면 '잘 될 것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보수언론과 야당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인 여당까지도 반대하고 나서니…. 제가 소통이 부족했고, 전략을 잘못했다고 봐야죠."- 현 정부도 올 7월에 국가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한다. 사실상 'MB식 비전2030'이라고 하는데."비전을 만드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들어가야 한다. 하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국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 둘째는 복지성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원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포함해서…."
"한미FTA는 경제동맹이 아니다... 한중FTA로 오히려 종속될 수도"인터뷰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었다. 지난 정부부터 최근까지 논란이 컸던 한미FTA에 대해서 물었다. '도대체 왜 추진하려고 했는가'에 대해선,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저하게 실용적,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이고, 개방의 문제였다"고 답했다.
- 한미FTA는 단순한 관세 장벽을 넘어서는, 미국의 제도와 법을 한국에 가져오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미국제도를 이식한다는 것은 조금 심한 것 같고…. 종속되는 개념이 아니라, 복지 성장을 위해서 미국 시장을 우리가 철저하게 이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시장을 열어주는 대신, 우리도 미국에 들어가서 우리 것을 만들자는 것이다."
- 한미FTA 협상단에 노 전 대통령이 '철저히 장사논리로 하라'고 했는데."(끄덕이며) 현 정부에선 한미FTA를 두고 '양국간 경제동맹이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은 '경제동맹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마라'고 했다. 이것이 아무렇지 않게 보여도 굉장한 차이다."
그의 말을 좀 더 옮겨본다.
"참여정부 때 한미FTA는 경제동맹과 관계가 없어요. 미국과 무슨 동맹을 해요. 미국시장을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게 들어가겠다는 것에서 철저히 장사꾼 논리로 하자는 거예요. 그래서 협상팀에게 미국의 군사, 외교, 안보 등을 고려하지 말고, 철저하게 국민의 이익에 맞춰 협상하자는 거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