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개정교육과정과 2011개정교육과정 고교 수학과 영어 교과목 체계입니다. 2007개정에서는 전문교과가 특목고에서나 배우던 것인데 2011개정에서는 심화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모든 학교에서 배우게 됩니다. 수학교과 내용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학습부담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교과부
대신 고급 수학Ⅰ에는 오일러 그래프, 해밀턴 그래프, 채색 다항식 등 새로운 내용이 들어가 오히려 양이 더 늘어났다. 고급 수학Ⅱ에는 복소수의 극형식, 극좌표, 극방정식, 테일러급수와 전개, 미분방정식, 극방정식으로 표현된 곡선의 영역, 모멘트와 질량중심, 이변수함수, 편미분, 이계편도함수, 임계점, 안장점, 그래디언트 등이 들어갔다.
수학 교사들은 이런 개념은 지금도 어려운 수학을 아이들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해 수학이 자연을 해석하고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라는 기본적 가치를 잃게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게다가 이 때문에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학 내용이 어려우니 다른 교과 시간을 줄여 수학 시간을 늘리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가르칠 만한 교사는 있을까? 발표자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학교 교육과정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대학 때 잠시 배웠다고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간 교육과정에 새로운 내용이 너무 많이 들어오고, 접근 방식이 달라져 어려운데 초등교사는 물론 한 교과만 가르치는 중등 교사들도 달라진 교과내용을 가르치기 쉽지 않단다.
교과부는 그간 교육과정 개정과정에서 생긴 학습결손에 대해 교재 지급도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때문에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생긴 교과목에 대한 교사연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교과부가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늘 새 교육과정 발표만 하고 뒷감당은 교사 개인이나 학부모의 사교육으로 메워왔기에 이번 발표도 믿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수준별 수업? 결국 1%를 위한 수학 교육 또한, 고교수학 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2011개정 수학 교육과정은 기본과목(기초수학), 일반과목(수학Ⅰ, 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Ⅰ, Ⅱ, 기하와 벡터), 심화과목(고급수학Ⅰ, Ⅱ) 3개로 나눠진다.
기초수학은 새로 생긴 것인데, 중학교 과정의 내용으로 일반 과목의 수학 교과를 이수하기 위한 수학적 개념과 원리 등이 담겨 있다. 심화과목은 전에는 특목고에서나 배우던 전문교과 내용을 가져다 만든 것이다. 학생 수준에 따라 수학수업을 맞춤식으로 운영할 수 있고, 일반고교 학생이 특목고에 가지 않고도 능력에 따라 심화내용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심화과목을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만 배울까? 전문교과에서 심화교과로 바뀌는 순간, 대학에 가려면 학생들은 심화과목을 공부해야만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고등학교에서 배운 교과내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배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14년부터 내용 난이도에 따라 수능을 A, B형으로 택해 응시할 수 있다. 또한, 2009개정교육과정에는 선이수과목제도라고 해 고등학교 때 어려운 내용을 배우면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까지 있다. 대학에 가서나 배울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배워오라더니, 이제는 교과서 내용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말로는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하지만, 내용을 보면 사교육비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기초수학이라는 교과를 마련해줬다. 명목상으로 기초수학은 중학교 수준의 내용이라 고등학교 수학이 어려우면 이 내용을 배우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문제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일반과목 6개를 배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데, 기본 과목을 배우고 일반과목 - 심화과목으로 나가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즉 기본과목을 선택한 순간 학생 사이에 길이 정해지고, 이것이 대학 진학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학 내용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수준에 따라 선택하라고 하면 학교의 수준별 수업은 사교육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와 다르지 않게 된다. 또한, 학생들의 선택은 결국 부모의 경제력 수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교사가 보기에 이 교육과정은 상위 1%나 따라올만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일단 수업시간에 쓸 자부터 주세요교사와 학생은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집에서 가르치기도 어렵단다. 때문에 교과부는 학생용 CD에 답을 달아놨다. 급기야 교육과정 교과서서비스에는 전 학년 답안지 파일을 올려 놓을 지경에 이르렀다. 교과부 발표를 보니 수학 사교육비만 더 증가하고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수학 서술형 평가를 봤는데 0점 맞은 학생이 50%가 넘었다고 한다. 교사들은 수학이 1%를 위한 교과로 전락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부는 왜 '선택'과 '수준별'이라는 미명 아래 수학 교육과정 내용을 더 어렵게 만들고, 평가도 힘들게 바꿨을까. 말로는 창의성을 기른다고 하지만, 어디 창의성이 돈으로 길러지고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느는 것일까. 이렇게 문제 투성이의 수학 교육내용을 개선하다면서 교과부는 공청회를 비공개로 열고 있다. (관련기사 :
사교육 받아도 어려운 수학, 공청회까지 비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