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메트로타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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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는 EXT파일 공법으로 설계되어 있던 기초 파일공사를 PHC파일을 쓰는 방식으로 설계변경을 하겠다는 겁니다."PHC 파일(기둥)공법은 최대 직경 40~50cm의 파일을 촘촘히 박아 땅속의 기둥으로 쓰는 방식이다. 가장 큰 50cm의 파일을 쓰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본당 100~120톤 정도다. 그런데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예상 하중은 150톤 이상이다. 이런 건물에는 PHC파일에 선단확장 보강판을 추가하는 방식인 EXT파일공법을 써야 함은 상식이다.
이 공사도 애초에 이 EXT공법을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감리자가 선정되고 공사가 진행되려는 찰나에 공사비 절감을 위해 시공사 측이 이런 기습 설계변경요청을 한 것이다.
"이런 초고층 빌딩은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실공사의 40% 정도는 이 기초공사 쪽에서 발생하거든요. 이런 중요한 설계변경을 감리단에 요청하면서도, 군산시에는 그것을 경미한 설계변경으로 둔갑시켜서 요청한 것이지요."
설계변경에는 중요 설계변경과 경미 설계변경이 있다. 중요 설계변경의 경우 사업계획 변경승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취급되지만, 경미한 설계변경은 신고와 접수 절차만 거치므로 휠씬 그 절차가 간단하다. 시공사는 이미 군산시와는 암묵적으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고 감리단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것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 끼기를 거부한 대가는 해고그런데 그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끼기를 거부했다. 시 당국과 면담을 요청했고 재하시험(직접 하중을 싣거나 재하하여 하중과 침하량,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시험)까지 이끌어 냈다. 3차례 테스트 결과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다시 한번 시공사의 꼼수가 발휘된다.
"나중에 보니 결론만 적합으로 된 맞춤형 보고서가 떡하니 나온겁니다. 안의 내용은 모두 불합격 사항인데 맨 뒷장의 결론만 '적합'인 거죠"웬만한 사람들은 대충 이 정도 수준, 자기 책임을 면하는 수준에서 그만둔다. 그런데 그는 끝까지 감리 도장 찍기를 거부했다. 시공사는 난리가 났다. 회유하기를 서너 번, 그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 시공사는 채찍을 휘둘렀다.
"현장 감리사무실에 제 방이 있었는데, 보통 시공사가 감리회사에게 감리 잘 봐 달라면서 소파를 놔줍니다. 대략 40만원 하거든요. 그런데 이걸 트집을 잡고... 또 감리하면 근무시간 이외에는 시간외 수당이 나오는데 이걸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달별 얼마로 받기도 하는 데, 직원들과 논의해서 근무외 시간이 발생하면 정산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모략과 억지 누명을 씌워 수당 착복으로...""또 저한테 2009년 6월 25일 손해배상청구를 했습니다. 저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어서 손해배상하라는 건데 그게 공사비 700억(분양가 1200억)짜리 공사였으니까 하루 7천만 원씩 32일 계산해서 총 22억입니다.(웃음)"이 소송은 1심에서 2010년 10월 21일 원고의 소 취하로 결국 그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것은 한참 후의 얘기다. 그는 결국 감리단장으로 파견된 지 2달여 만인 2009년 7월. 군산시가 시공사의 자질 부족을 이유로 한 교체 요청을 받아들여 결국 감리단장 직에서 교체되었다.
교체되면 1년간 자격정지가 따라온다. 또 그 기록이 감리협회나 기술자협회로 통보가 되어 자격정지가 풀린 후에도 다른 업무를 맡기 어렵게 된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그 뿐인가. 교체 후 시행사의 설계변경 요청은 받아들여져, 재하시험에서 불합격된 PHC방식의 기초공사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의 문제제기는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사건을 겪으면서 내 개인이 당한 말도 안되는 불명예도 불명예였지만 잔뼈가 굵어온 건설현장에 다시 서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