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김지수
대부분 중장년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인터넷 서핑을 제외하면 통화나 문자메시지, 메신저 외에 다른 부가기능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도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사준 한 여성은 "부모님이 스마트폰 사용이 너무 힘들다며 약정 기간이 끝나면 다시 피처폰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이상 연령층 가운데 여전히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유독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이원숙(51)씨는 "스마트폰은 어플이나 다른 면에서 피처폰보다 훨씬 어렵다"며 "기기 값이 아무리 공짜라도 요금제만 3만 5천원 이상인데 피처폰은 2만 원 정도만 내면 되니까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역시 피처폰만 고집하고 있는 박경이(55)씨도 "스마트폰은 터치 기능이라 불편하고 아무래도 피처폰이 훨씬 익숙하지 않느냐"며 "문자, 전화, 사진 기능 빼면 거의 사용 안 하는데 유행한다고 기계에 목 매는 것도 싫다"라고 밝혔다.
'퇴물 될까' 두려운 소비자 노려 이통사-단말기업체만 돈벌이하지만 이동통신사와 단말기제조사들이 피처폰보다 스마트폰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많은 중장년층들이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궁여지책'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50대 남성은 "좋은 피처폰이 다시 막 나온다면야 당연히 사겠지만 대세가 워낙 스마트폰이라 망설여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달 초 KT가 2G(PCS)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많은 2G 피처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했고, 많은 모바일 게임업체가 피처폰을 통한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일변도인 모바일 시장에서 결국 이득을 보는 건 그만큼 비싼 단말기와 비싼 요금제로 이득을 보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업체들이다.
지난 2011년 4월 리서치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조사한 스마트폰 월평균 요금은 6만6500원인 반면 일반폰 평균 요금은 4만700원으로 60% 수준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가입자 70% 이상이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을 내는 시대에 비싼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소비자는 '퇴물 취급'을 받거나 '불필요한 소비'에 따른 '스마트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를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이나 어플 개발업체에서도 중장년층은 특별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한 어플 개발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장년층 편의를 위해 따로 개발하고 있는 어플은 없다"고 말했다.
김윤정 KT 언론홍보팀 대리는 "현장 매장에서 1:1로 사용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고객이 요청할 때 직접 찾아가는 IT서포터즈 교육도 제공해 지난 한해 장노년층 7만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며 "애플리케이션도 대리운전 어플, 음주 측정기 등 중장년층이 이용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하는 한편 큰 글씨로도 볼 수 있게 하는 UI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다만 중장년층용 UI 개발은 현재 삼성 갤럭시S2와 LG 옵티머스 블랙 등 일부 단말기에만 제한 적용돼 모든 단말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김윤정 대리는 "피처폰 개발은 제조사 이슈라 상세한 답변이 불가하나 스마트폰 수요가 적은 중장년층 고객의 선택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발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 그냥 통화만 하면 되는데... 굳이 배워야 하나요?"나이가 들수록 스마트폰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젊은 세대에 비해 중장년층은 새로운 전자제품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싸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단말기를 찾는 소비자 수요는 중장년층 외에도 분명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런데도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들을 외면한 채 비싸고 복잡한 기능으로 앞세운 스마트폰 출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가계통신비 통계가 부풀려졌다며 요금고지서에서 통신 요금과 단말기 요금을 따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중장년층에게까지 값비싼 스마트폰을 '권유'하는 현실에서 단말기 요금을 통신요금에서 분리하려는 건 '꼼수'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값싼 휴대폰을 쓰도록 적극 유도해 소비자들 스스로 단말기 요금과 통신 요금을 낮추는 게 지금 이통사들이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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