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공항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여러 의견들이 오갔으나 그중에서 이승윤 부총리가 오늘의 이런 전반적인 사회상을 영어로 '토털 크라이시스'(Total Crisis)라고 규정했고, 참석자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그런데 오늘 회의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Total Crisis'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막연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6년에 쓴 '대변인' 113쪽)총체적 난국, '정치조어의 달인'으로 인정받는 박희태 의장이 대변인 시절 만들어낸 '작품' 중 하나로, 지금은 완전히 사회화된 용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의 정치적 혼란과 부동산 투기광풍, 물가 급등, 주식시장 대혼란 등 경제난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자신이 '총제적 난국'에 빠진 한국 정치의 상징이 돼 버렸다.
박 의장이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건은 두 가지다. 우선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공격사건이 있다. 그의 의전비서 김아무개씨가 이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가 경찰수사를 받자 바로 사표를 받고 정리했지만, 최소한의 관리책임이 있는 박 의장은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300만 원 돌려받은 전 비서 고명진... '박희태 돈봉투' 존재 이미 확인'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은, 보통의 불법자금 수수사건에 비해 그 정황이 처음부터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현직 국회의원이 액수와 전달시기와 방식, 경로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또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전달사실은 부인하면서도, 고 의원이 돌려보낸 3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은 인정했다는 점에서 '박희태 후보가 보낸 돈봉투'의 존재는 확인된 셈이다. 박 의장은 당시에는 명함도 없었고, 기껏해야 '선거용 명함'이 있었을 뿐이라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고승덕 의원은 "정치인들이 보통 명절선물 때 쓰는 이름만 적힌 흰 명함"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지역 30개 당협(당원협의회) 사무국장들에게 50만 원씩을 돌리라고 자신의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2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안병용건'도, 2000만 원을 받았다는 복수의 구의원들이 분명하게 관련 내용을 증언하고 있다.
'디도스 사건'은 국가기관 '공격'을 통해 선거결과를 왜곡하려 한 것이고, '돈봉투 사건'은 매표행위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기초를 뒤흔드는 국기문란사건들이다. 두 사건의 직·간접 관련자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희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의장의 귀국 기자회견은, '6선의 정치경륜'을 기대하면서 최소한 의장직 사퇴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기대했던 한나라당 사람들까지도 실망시켰다. 박 의장에 대해 말할 때 여전히 이런 저런 존대어를 붙인 한 중진 의원은 "의장께서 검찰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하시겠다는 것 같다"며 "오랜 해외 순방뒤 귀국이라는 점에서 좋은 타이밍이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냉정하게 판단하는 분인데, 아무 효과도 없을 총선불출마를 꺼내놓은 걸 보면 정작 당신 일이라 상황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위원장쪽 "정말 답답... 법리적 판단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