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설문조사 무산, 고입 연합고사 부활 '주민청원' 벌여

경남대책위, 석영철 의원 통해 소개... 고영진 교육감 '강행 의지' 거듭 밝혀

등록 2012.01.19 09:11수정 2012.01.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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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이 고입 연합고사 부활을 강행해 갈등이 깊어지면서 해결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속에, '철회 주민청원'이 벌어진다. '고입 연합고사 저지를 위한 경남대책위원회'는 통합진보당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을 소개의원으로 해서 '주민청원'을 내기로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교육청은 2002학년도부터 폐지됐던 고입 연합고사를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5학년도부터 부활해, 중학교 내신성적(50%)과 선발시험(50%)을 치러 신입생을 뽑을 예정이다. 교육청은 지난 11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을 끝냈는데, 이 기간 500여 건의 의견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011년 12월 20일 낮 12시 경상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고입 연합고사 부활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경남도교육청 현관 문이 닫혀 있자 조합원들이 간판 옆에 항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모습.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011년 12월 20일 낮 12시 경상남도교육청 후문 앞에서 "고입 연합고사 부활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경남도교육청 현관 문이 닫혀 있자 조합원들이 간판 옆에 항의 스티커를 붙여 놓은 모습.윤성효

교육청은 고입전형위원회 회의를 열어 연합고사 실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고영진 교육감은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경남도의회에서 소수 의원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일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충분한 기간을 가져왔고,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상남도의회(의장 허기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조재규 경남도의회 교육위원장이 '찬반공동설문조사' 실시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에 고 교육감은 "경남도의회 전체가 결정해서 요구하면 하겠다"고 했던 것.

경남도의회는 13일 상임위(교육위)를 열었지만 '찬반공동설문조사'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고, 17일 본회의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았다. 한나라당 다수에다 고입 연합고사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경남대책위 '연합고사 철회 주민청원' 벌여

경남대책위는 '청원요지서'를 통해 "교육청은 진행과정이나 절차상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나, 연합고사 실시에 따른 직․간접적인 이해 관계의 당사자들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연합고사를 부활한다고 밝혔는데, 경남대책위는 "연구용역 책임자는 고영진 교육감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교육감 선거에 관여했다"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연구용역결과가 나왔다고 보기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용역에서는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내신성적만으로 이루어지는 고입전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거나 "내신성적만으로 이루어지는 고입전형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물음에 68.2%가 '문제 있다'고 답했던 것이다. 교육청은 이같은 설문조사 내용이 "68.2% 도민이 연합고사에 찬성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고입 연합고사 부활에 반대하며 경남상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고입 연합고사 부활에 반대하며 경남상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윤성효

이에 대해 경남대책위는 "제대로 질문을 하려면 '학부모님은 고입연합고사 부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 한다"며 "용역결과 설문내용은 타당성과 신뢰성에 많은 문제를 노출했고, 설문 대상에 앞으로 고입연합고사를 치루게 될 대상인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대책위는 "공동여론조사와 관련한 경남도의회 의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상임위(교육위)에서 안건이 발의되지 못하면서 무산되었다"면서 "도민의 뜻을 대의하고 있는 도의회에 고입연합고사철회에 대한 주민청원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석영철 의원은 "주민청원은 정해진 서명 숫자가 없다. 서명이 모아지는 대로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래 교육의원 "집무실을 농성천막으로 옮긴다"

고입 연합고사 부활과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지난해 12월부터 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천, 진주, 거제 등지에서는 1인시위과 기자회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형래 교육의원은 19일부터 집무실을 농성천막으로 옮기기로 했다. 조 교육의원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교육청이 고입전형 방법의 개선대책으로 연합고사를 끝까지 관철시킬 태세다. 교육감조차도 교육에서의 '경쟁'을 강조하였다. 도교육청과 교육감이 '시험을 통한 경쟁'이라는 정책과 철학을 확고하게 선언한 것"이라며 "이 같은 도교육청과 교육감의 정책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린 중학생마저도 입시지옥으로 내몰 이 퇴행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천막농성, 심지어 삭발과 단식으로 반대해 왔다. 그러나 교육청은 어떤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현관문을 봉쇄하고 더욱 더 외면할 뿐이었다"며 "도민의 의견을 대의하는 교육의원으로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조 교육의원은 "오랫동안의 연합고사 반대운동을 지켜보면서도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그제 끝난 1월 임시회에서도 연합고사에 대한 최소한의 공동설문조사도 안건으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며 "연합고사는 기필코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의원집무실을 연합고사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농성장으로 옮길 것이다. 그곳으로 출근해 그곳에서 퇴근할 것이다. 천막이 있는 그날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연합고사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책위는 고입 연합고사 부활을 강행할 경우 고영진 교육감 퇴진투쟁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보수 학부모단체인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도 고입 연합고사 부활에 반대하기도 했다.

 경상남도교육청이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경상남도의회 조재규 교육위원장은 사무실 유리창에 '찬반 공동설문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붙여 놓았다.
경상남도교육청이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하겠다고 해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경상남도의회 조재규 교육위원장은 사무실 유리창에 '찬반 공동설문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붙여 놓았다.윤성효

뉴라이트 단체, 퇴임 교원 모임 등 연합고사 찬성 나서

반면 연합고사에 찬성하는 단체도 있다. 뉴라이트 진주학부모연합, 경남교육을 살아하는 진주지역 퇴임교육자모임, 포럼뉴한국의 힘 진주지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진주지부, 뉴라이트 리더스포럼, 뉴라이트 진주연합, (사)경남좋은학교운동연합 서부경남본부는 17일 '고입연합고사 부활을 위한 진주지역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고입연합고사가 부활하면 공교육이 강화돼 사교육이 줄어든다"며 "연합고사를 반대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도 연합고사를 실시하면 공교육이 강화돼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고 학생들의 교실 학습태도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지역 퇴직 교원 70여 명은 지난 13일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고입 전형방법 개선안을 즉각 추진하라"며 "2002년 고입 연합고사 폐지 이후 대입 수능성적이 계속 하향세다. 경남교육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입 연합고사 #경상남도교육청 #경상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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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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