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사거제 일운면에 있는 영은사 대웅전
정도길
한동안 절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적막감을 깨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외국인 부부가 절 마당에 들어섰던 것. 혼자보다는 여럿이 좋겠다는 생각에, 다가가 인사를 건네니 좋은 느낌의 인사가 돌아온다. 평소 일반적 수준보다 조금 높게 절 공부를 하는 터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서툰 영어지만, 그래도 알아듣는 눈치라 기분이 좋아진다. 한동안 시간을 같이했던, 외국인 부부는 생각보다 많은 불교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술 한잔 생각나 아는 형한테 전화를 하려니, 먼저 벨이 울린다. 술이나 같이 하자면서, 별일 없으면 집에 오라는 것. 늦은 오후, 빈속에 마시는 술은 술꾼이 아니면 그 기분과 느낌을 모를 터. 수족관에 참돔 몇 마리를 잡아 싱싱한 회를 만들었다. 작은 술상이 차려지고, 어느 새 술 한 병을 비웠다. 이어 두 병째 병을 가져오는데, 뭐라고 말을 하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