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성호
그는 "2007년 여름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제가 (이명박 후보의)선거대책위에 있었고 그해 12월 대선도 치렀다"며 "넉 달 이후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그로부터 두 달 뒤에 문제가 된 당대표 경선이 있었다, 그 이후 제가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이어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당시 얘기를 하자면 저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후 별다른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국회의장직 사퇴 여부를 묻는, "정치적 책임을 지실 생각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play
▲ 귀국한 박희태 "돈봉투, 나는 모르는 일" ⓒ 김윤상
사실상 국회의장직 사퇴 거부... '친정' 한나라당 부담 커질 듯
박 의장이 이날 '정치적 책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은 사실상 여·야의 국회의장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읽힌다.
박 의장이 이날 '정치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4월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재탕'에 불과하다. 박 의장은 지난 7일 본인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윤영석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지난 보궐선거 때 제가 다음에는 양산 출신 국회의원을 뽑아달라고 했다는데 윤영석 동지가 바로 양산 토박이"라며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박 의장이 의장직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모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1일 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는 1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성토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돈봉투 사건을 즉각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던 한나라당의 입장도 곤혹스러워졌다. 박 의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리면서 '친정'인 한나라당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앞서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장 본인이 정치를 오래 하신 분이고 경륜이 있으시기 때문에 거취를 포함해 현명한 결정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