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작심삼일, 생체시계 때문이야

시간 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의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을 읽고

등록 2012.01.17 20:02수정 2012.01.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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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줄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 나폴레옹은 '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는 8시간 잔다'고 했다. 토머스 에디슨도 '잠은 시간낭비'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잠이 너무 많아 성공을 못하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앞의 두 사람은 시간을 통제 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틈만 나면 졸거나 조각 잠을 잤다. 그들은 조금씩 부족한 잠을 채웠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 같이 조직의 하부 구성원은 대부분 그렇게 못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아인슈타인은 아예 10시간을 내리자야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체 리듬은 다르기 때문에 잠의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각자의 이런 생체 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독재주의 때문에 묵사발이 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열패감과 좌절감에 빠뜨리고, 오히려 성공의 길을 오히려 놓치게 한다. 위인의 흉내를 내거나 강요에 휘둘리다가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아침형 인간 열풍의 위험성


이 순간 새해를 맞아 아침형 인간이 되려 한다면, 저녁형 인간일 확률이 많다. 아침형 인간을 다룬 책들이 많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 거꾸로 저녁형 인간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아직도 아침형 인간으로 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자신의 생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은 자신을 파괴하는 법.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의지박약으로 원인을 돌리기 일쑤이다. 즉,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비방하는 자학모드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자신의 뜻과 의지는 별 관계가 없음을 시간 생물학자 틸 뢰네베르크는<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은 아침형 인간되기 다. 그것은 구글의 사례를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농경과 산업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서나 중요시하는 것일 뿐이다. 저자는 이런 이른 아침에 대한 집착은 심지어 건강은 물론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게 하거나 나아가 사회전체에 큰 재앙을 낳게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언제든 있지 않았는가. 다만, 차원이 다르다. 학제간 연구는 물론 단순히 추정이나 주관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랜 동안의 과학적 분석과 실험결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지닌다. 성공을 염원하는 측면에서 개인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사원들의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논리적 근거가 될 만하다. 저자는 각자의 생체 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본인의 생체 시계와 사회의 시계가 불일치하는 사회적 시차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핵심적인 예를 들고 있다.

젊은이는 왜 밤의 황제인가

아침형 인간에 대한 환상과 집착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 모범생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하는 동안 죄책감과 미완에 대한 열망은 자신의 몸을 망치는 동시에 사회전체가 병드는 현상을 용인하는 기제가 된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디스코 이론'을 말한다. 디스코이론은 왜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디스코장을 싸돌아다니는가를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젊을수록 생체시계는 느리다는 주장에 따르면,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밤늦게까지 깨어 있다는 것. 늦게 잤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개운치가 않으니 늦잠을 자거나 학교에 지각하게 된다.

이 주장을 논쟁보다는 반박과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즉, 반발하는 이들은 젊은이들이 늦게까지 자지 않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스피노자가 육체의 물리적 특성을 중요하게 주장하고 인간의 초월적 의지를 강조하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 무색하다. 저자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논리는 생체 시계에 반한다고 본다. 즉 생명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 실제로 여러 실험에서 등교시간을 늦추었더니 학생들의 등교률, 성적, 의욕, 식습관의 증진이 일어났다.


그런데 분명 예외적인 학생들이 존재한다. 대학입학수석을 차지한 학생 가운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학생들이 있는데 대부분 거짓말 취급을 받곤 한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소수의 아침형 인간들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나이 많은 교사들의 생체 시계와 맞다. 이러한 학생들은 당연히 칭찬을 받게 된다. 물론 많은 학생들은 잠이 늦은 자신의 육체를 탓하고 만다.

최고리더는 아침형, 사원은 저녁형의 비극?


이런 사례는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곧 사회인, 직장인이 되지만 똑같은 사회적 시계 논리를 강요당해야 한다. 더구나 최고 관리자들은 생체 시계가 이르다. 나이가 대개 젊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적 시계에서 요구하는 아침형 인간일 것이다. 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최고관리자들이 일찍 출근하면 하위직의 젊은이들은 따라서 일찍 출근하게 된다. 노골적으로 직원들의 출근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몸의 시계가 느린 젊은 층들은 아직 깨어 있지 않은 몸으로 출근한다. 더구나 그들은 마음대로 잠을 취할 수도 없다. 낮잠 자는 시간, 시에스타라도 있으면 좋을 것이다. 여러 실험들을 종합해 보면 낮에 15분 정도 잠을 자는 것은 기업의 생산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 오침시간을 갖는다면 취침실을 만들어야 하니 상당한 비용이 드는 듯싶은데 오히려 그것은 생산성을 위한 투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침잠이 없는 사람들은 젊은 층에게도 있는데 이들은 아침형 인간으로 이들은 노령의 최고리더들에게 발탁이 되면 다른 저녁형 인간들의 위에 군림하게 된다. 이렇게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조직의 리더는 잘나게 성공가도를 달리는데, 조직 구성원들은 피로와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성과가 나오거나 스타 리더가 탄생해도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상태에서 조직은 병들어 간다. 그는 썸머타임은 생체시계를 파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오히려 한 시간 출근 시간을 늦춘다면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금주와 금연은 왜 실패하는가

이렇게 저자는 자신의 생체 시계와 사회적 시계, 내부의 시간과 외부의 시간이 다른 것을 사회적 시차증이라고 한다. 몸에서 요구하는 시간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간이 다른 이 증상은 중부 유럽의 경우, 인구의 40%가 두 시간, 15%는 세 시간의 차이로 나타났다. 저자는 전인구의 60%가 출근 시간이 이르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집이 먼 사람들은 더욱 일찍 집에서 나와야 함으로 항상 잠이 부족하다.

사회적 시차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만성적 수면 부족이다. 특히 시간의 자기 통제권을 가지고 없는 샐러리맨들 일수록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하다. 만성적으로 수면이 집중력과 운동능력, 인지능력이 떨어짐은 물론 식욕 감퇴, 소화불량에 걸리며 변덕과 우울증상에 시달리게 만든다. 7시간을 잔 사람은 8시간을 잔 사람보다 자주 감기에 걸렸고, 93%수준에서 푹 잔 사람은 98%잔 사람보다 2.5배나 감기에 더 잘 걸렸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은 떨어지고 정신은 장애가 생긴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안정의 상태에 되돌려 놓아야 하는데 이때 찾는 것이 수면이 아니라 바로 담배와 커피 같은 각성제이다. 갈수록 한국 사람들은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커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중독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생체 시계이며, 부족한 잠의 발생을 줄이는 일인데 말이다. 저자는 10대에 술과 담배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런 사회적 시차증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 등 불안정한 정신 상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새해를 맞아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금연이다. 그러나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다. 술은 더욱 말할 게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잠을 푹 자는 새해가 되어야 금연과 금주가 잘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것은 개인의 의지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차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한꺼번에 주말에 몰아서 잠을 자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필요가 있다. 정말 나폴레옹이나 에디슨이 되려면 평소에 자주 조각 잠 잠깐이라도 자는 것이 현실적 방법일 수 있다.

행복한 결혼을 위하여

새해 들어서서 결심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연애와 결혼일 것이다. 저자는 생체 시계와 연애 그리고 결혼은 아주 밀접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 책은 행복한 반려자를 잘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자신과 생체 시계가 맞는 사람이 좋다고 한다. 생체 시계가 느린 사람은 느린 사람끼리 빠른 사람은 빠른 사람끼리 맺는 게 좋다고 말한다. 특히 황혼 이혼에 대해서도 시차증으로 설명한다. 젊은 시절에는 각자 다른 생체 시계에 대해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몸 시간과 맞지 않는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수록 두 사람의 생체시계의 차이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조금 차이가 나는 면들이 멋지고 나중에 상호보완을 할 수 있게 여겨지지만 그것이 큰 편차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창조사회를 향한 생체 시계

생체시계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그것이 조직과 공동체의 성공을 가늠하는 새해의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보기에 저녁형 인간은 게으르고, 저녁형 인간이 보기에 아침형 인간은 꽉 막혀 고리타분하거나 일벌레로 보인다. 실제로 아침형 인간에는 성실한 모범생이 많다면, 저녁형 인간에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야말로 아침형 인간이 농업과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에 충실하다면 저녁형 인간은 창조적인 작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 패러다임은 창조시대로 가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생체 시간을 잘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계에 따라 각자에게 약이 잘 듣는 시간, 암기와 사고가 잘되는 시간, 작업 속도가 빨라지는 시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을 통해서 내리는 결론은 21세기는 이런 생체시계를 배려한 노동과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모두 행복하고 장수한다는 점이다. 생체시계에 따라 노동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 사회가 이상 사회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아침형 인간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시간 리듬에 맞게 계획을 세우면 된다. 자신의 시계를 찾는 것이 우선 출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기고한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기고한 글입니다.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추수밭(청림출판), 2011


#생체 시계 #아침형 인간 #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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