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대 종편 왜 모니터링 해야 하지?"

종편 한달 모니터해보니... '여권 쏠림'에 '특종 우기기'까지

등록 2012.01.17 20:34수정 2012.01.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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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 민언련 조중동방송모니터팀장(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조중동 방송 한 달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종편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지혜 민언련 조중동방송모니터팀장(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조중동 방송 한 달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종편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0%대 시청률에, 제대로 못 본 사람이 태반인 조중동 방송 한 달을 왜 점검해야 하나."

jTBC 0.42%, TV조선 0.32%, 채널A 0.30%. 지난해 12월 1일 화려하게 개국한 종편(종합편성채널)의 초라한 한 달 성적표다(티엔엠에스 조사). 지상파3사 가운데 가장 낮은 MBC(4.79%)는 물론 보도전문채널인 YTN(0.81%)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에 '조중동 방송'을 모니터해온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이런 푸념이 나왔다. 

"종편 재미없고 시대 뒤떨어져 10분 이상 보기 힘들어"

17일 오후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조중동 방송 한 달을 말한다' 토론회에선 발제자 외에 종편을 제대로 시청한 사람이 없어 토론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지난 한 달 반 '조중동 방송'을 모니터해 온 이지혜 민언련 조중동방송모니터팀장조차 "나도 TV 보는 거 좋아하는 데 조중동 방송은 재미가 없고 시대에 뒤떨어져 10분 이상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팀장은 "기성 언론에선 중앙 종편(jTBC)이 그나마 낫다고들 했는데 첫날 TBC 시절 프로그램인 '청실홍실'을 틀어주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과거 영화로운 시절을 보여 주려던 모양이지만 옛날 북한 영화 틀어주는 것 같은 그런 감각과 마인드가 21세기에도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모니터할 때마다 첫 마디가 '오늘은 무슨 사고 쳤어요?'였다"면서 부실 방송 문제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이 팀장은 "뉴스 어깨걸이 제목이 빠지는 정도의 방송 사고는 셀 수도 없고 앵커를 잡던 카메라가 앵커의 등을 보여주는 등 기존 방송에서는 어쩌다 한 번 있는 사고가 수시로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보도 건수와 기사 배치에서도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중앙종편과 동아종편은 주말 메인뉴스 보도 건수는 각각 8건~12건, 9건~15건 정도로 지상파 방송(MBC 20~23건) 절반에 불과할뿐 아니라 건수도 매번 들쑥날쑥했다. 동아 종편의 경우 12월 1일 개국 첫 날 메인뉴스에서 당시 가장 큰 이슈였던 안철수 기자회견은 17번째 꼭지로 미룬 채 10번째 꼭지까지 자사 홍보로 채웠다. 

시사프로그램 '여권 쏠림' 뚜렷


또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출연자들 가운데 범여권 인사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등 '여권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이 팀장은 "조선 종편의 <최박의 시사토크 판>의 경우 박근혜, 강용석, 정두언 등 범여권 인사 출연자가 11명이었던 반면 야권 인사는 3명뿐이었고 그나마 야권 인사조차 전 민주당 의원들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동아 종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는 여권 인사만 9명이 출연했는데 야권 인사는 아예 출연하지 않았고 중앙 종편 토론 프로그램 <악마의 질문>에도 김종훈, 신지호, 곽승준, 박세일, 전원책 등 여권 인사들이 주로 출연했다"고 지적했다. 

선정성도 문제였다. 이 팀장은 "동아 종편은 남녀간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장면, 비정상적인 부부 관계와 고부, 부부간 폭력 행위 등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타사 보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을 단독보도나 특종보도라고 포장한 조선종편과 중앙종편 행태도 "자사 뉴스를 띄우기 위한 선정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팀장은 "조선 종편은 12월 14일 10.26 선관위 사이버 테러 관련 용의자들 사이에 1억여 원 돈거래가 있었다는 보도가 자사 특종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미 <한겨레21>이 처음 보도한 내용이었고 중앙종편은 12월 15일 태국 치앙마이 탈북루트를 '최초 공개'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미 2006년 언론 보도 내용과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조중동 방송은 '새로운 방송'이라기보다는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적 방송이고 '늙은 미디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면서 "끊임없이 모니터를 통해 조중동 종편의 문제점을 알리고 안티조선운동 때처럼 조중동 방송에 인터뷰, 출연, 기고 등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언련은 이날 조중동 방송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으면서도 지난 12일과 13일 중앙 종편 메인 뉴스 직격 인터뷰에 응한 김부겸, 박지원, 박용진, 이강래, 이인영, 이학영 등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 후보 6명에게 유감을 전달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조중동 방송 #종편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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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2024.3 한겨레출판 편집자.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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