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항 풍경. 뒤로 보이는 다리가 고도와 서도를 연결하는 삼호교다.
전용호
여수의 끝자락 거문도 가는 길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1월 10일). 여수여객선터미널로 향한다. 섬으로 가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터미널로 들어서니 아침 일찍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문도 가는 표를 사니 여유가 있다. 거문도 들어가는 교통편이 다양하지 못하다보니 배를 놓치면 섬에 들어가는 계획을 바꿔야 한다. 들어가서 하룻밤 잘 계획이 아니라면.
거문도. 첫 어감은 검은 섬? 아니면 클 거(巨)자가 들어 있으니 아주 큰 섬? 아니다. 거문도는 작은 섬이다. 옛날 이름은 세 개의 섬으로 되어 있어 삼도(三島)라 불렀다. 양쪽으로 동도와 서도가 있고, 가운데 작은 섬, 고도(古島)가 있어 삼도다.
거문도라는 이름은 구한말 러시아 남진을 견제하려는 영국군이 거문도를 무단 점령하면서부터 유래한다. 영국군에게는 동양의 작은 나라 작은 섬은 미개인들이나 살고 있었을 거라 생각했을 테지. 하지만 생각과 달리 글자를 읽고 학문을 논하는 섬사람들을 보고 큰 학자가 있다고 했단다. 그래서 거문도(巨文島)라 했다나?
배는 고흥 나로도를 거쳤다가 다시 여수해역으로 들어와 손죽도를 지나고 초도를 지난다. 크고 작은 섬들이 수평선 위에 떠있는 모습이 색다르다. 큰 섬은 넉넉하고 작은 섬은 올망졸망 여유롭다. 배가 거문도로 들어서더니 서도 선착장에 닿는다. 여객선 종점은 고도다. 고도를 보통 거문도라 부른다.
사슴을 닮은 섬에 또 다른 등대녹산등대를 가려고 거문도까지 가지 않고 서도 선착장에서 내렸다. 거문도는 거문도등대가 워낙 유명하지만 거문도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녹산등대도 또 다른 볼거리다. 녹산(鹿山)은 말 그대로 사슴을 닮은 산이다.
거문도는 사슴 세 마리가 있는 모양이다. 서도는 사슴의 암컷, 동도는 사슴의 수컷, 고도는 사슴새끼 모양이란다. 서도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은 사슴의 머리 모양이래서 녹산이라고 부른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녹산 끝에 등대가 우뚝 섰다. 녹산등대는 1958년 처음 불을 밝힌 무인등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