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의 명대사를 읽고 있는 아이.
조은미
가족들로부터 (역시 그래봐야 둘) 질문과 회의 섞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왜 하필 고전이냐, 현대 소설이나 요즘 잘나가는 책들은 안되냐, 얼마나 자주 할 것이냐, 과연 몇 번이냐 하겠냐. 아이가 중학생 되고 고등학생 되고 할 자신있냐 등등.
저는 독재자다운 카리스마로 단호히 대답해주었습니다.
"고전을 읽으면 행복해지니까 한다. 나는 제인 에어를 만나 양심에 대해, 건강한 인간성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었고 용기도 얻었다. 이런 기쁨을 혼자 누리고 싶지 않다. 그러니 같이 읽고 같이 행복해지자. 우리 최소 백회는 한다. 그리고 우선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들만 한다." 마침 동생네 집에 쓰지 않고 처박혀 있던 프로젝터가 있어 빌려왔고 우리 가족은 '제인 에어'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격주로 시작한 것이 '모비딕', '주홍글자', '동물농장', '변신', '파리의 노트르담' 등을 거쳐 이번 주말에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합니다.
가족들만 고전을 읽는 기쁨을 누리기 아까워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고교 동창, 대학 친구, 동호회 친구, 남편 회사 동료, 그의 아내, 꼬마들, 친구가 가르치는 학생들, 친구 아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독서토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좀 떠들면 어떻습니까. 책을 읽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이 절로 배우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개구장이 꼬마 아이가 하도 떠들어서 발표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가 문학박사가 되고 책에 대해 전부 다 알려고 모인 건 아니거든요. 단지 각자에게 책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또 서로의 마음을 비추는 계기가 되는 것만도 대단한 일입니다.
아이가 초등 6학년이어서 책 선정에 고심을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 글자'같은 책은 소재가 불륜이고,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도 애증과 폭력의 묘사가 강렬합니다. 그래도 저는 이 정도의 책들은 아이도 읽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사랑의 세계를 아이에게서 분리시킬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수위가 너무 높다고 여겨지는 '그리스인 조르바' 같은 것은 아이에겐 아직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