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련 트윗을 RT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박정근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1일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박씨는 구속 결정을 받았다.
홍현진
지난해 9월 21일 박씨가 운영하는 사진관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경기도 보안수사대는 '북'과 '사회'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물품을 압수했다. '박정근 사회자'라고 쓰여져 있는 명패용 출력물도 가져갔다. 지인에게 받은 '주체 100년, 청년대장 박정근에게'라고 적힌 편지도 압수했다(평소 박씨는 자신도 김정은 '청년대장'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게 가업(사진관)을 물려받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청년대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후 박씨는 지난해 11월 15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경기도에 있는 보안수사대에서 경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6만여 개의 트윗 가운데 '북'과 관련된 트윗을 캡쳐한 것을 보여주면서 박씨가 올린 것이 맞는지, 논조에 동의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야채라디오>에 나와 다음과 같이 경찰조사 내용을 설명했다.
"'김정일 봇'이라고 있어요. 자동으로 몇 시간에 한 번씩 김정일 패러디를 하는 트위터 계정인데 거기에 '간식은 미제의 악습이므로 철저히 분쇄해야 합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길래 그걸 따라서 올렸어요. 그런데 경찰조사할 때 실제로 이걸 물어봤어요. '박정근씨, 몇 월 며칠에 '간식은 미제의 악습이므로 철저히 분쇄해야 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미제라는 것은 북한에서 말하는 '미제국주의'의 줄임말인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경찰이) 조평통에 대해 아십니까. 우리 민족끼리는 어떻게 접속하셨습니까 물었어요. 이게 아이폰으로는 다 접속이 돼서 팔로가 되거든요. 그리고 남이 리트윗한 것을 팔로 버튼 누르면 팔로가 돼요. 경찰관 아저씨한테 팔로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보세요. 팔로되죠'."이 방송에서 박씨는 북 관련 트윗을 올린 이유와 관련해 "북 체제를 옹호한다, 이러한 입장이라기보다는 재밌고 관심도 있고 알 권리도 있고 표현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올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뇌는 국가의 것이 아니다"사실 박씨는 '반조선노동당', '반자본주의'를 당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사회당 당원이다. 북의 3대 세습체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때문에 박씨의 구속과 관련해 '남한 땅에서 북 체제에 가장 비판적인 사회당 당원이 북한을 찬양·고무했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과 검찰이 사회당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러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라는 것.
하지만 박정근씨와 친구들은 이번 사건에서 박씨가 북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박씨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당 서울시당 연대사업국 국장 '김슷캇(닉네임)'은 12일<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정근씨가 처음에 조사받을 때 경찰은 'NLPDR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등 사상검증을 시도했었다. 뇌를 뒤지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무슨 의도로 그랬느냐'라고 묻는 것에 대해 박정근씨가 '장난이었다'라고 답한 것은 우리가 친북인지, 아닌지 증명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종북? X까네. 김정일 만세다. 이 새끼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