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인 송순이 시를 짓고 교류하던 면앙정
이승철
"분명히 이쪽 어디쯤인데….""길에 사람이 있어야 물어보기라도 할 것 아냐?""꽤 유명한 유적지인 것 같은데, 왜 이정표도 없지?"너도나도 투덜투덜한다. 그럴 만도 하다, 손에 들고 있는 관광지도 상으로는 분명히 근처에 와 있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없다. 유적지는 고사하고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도 보이지 않고, 찬바람만 쌩쌩 불어댄다. 관할 행정기관에서 만들어 배포한 지도인데, 지도만 보고 찾아가기는 정말 어렵다. 지난 12월 15일, 담양 관방제림을 둘러보고 면앙정으로 가는 길이었다.
"저기 앞에 나타난 차, 경찰 순찰차 같은데?"그때였다. 맞은편에서 차량 한 대가 나타났다. 경광등이 달린 경찰차다.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다.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 도로를 건너 마주 오는 경찰차를 세웠다. 경찰관은 "면앙정이요? 저 앞에 언덕 보이시죠? 바로 그 언덕 위에 있습니다"라고 한다. 이런 세상에…. 그냥 곧장 조금만 더 갔더라면 만났을 걸. 우리는 언덕 밑 주차장 주변에 있었다.
전망 좋고 풍류와 멋이 넘쳐나는 '면앙정'언덕 위에 정자 같은 건물이 어렴풋이 보인다. 입구가 선명치 않은 길을 찾아 올라갔다. 계단 길이었다. 길이 꽤 가파르다. 길옆엔 한겨울이 무색하게 대나무 숲이 청청하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탁 트인다. 나지막한 제봉산 자락 끝 안부에 서 있는 정자 한 채, 멀리 바라보이는 산까지 넓은 들이 눈 안에 가득히 안겨온다.
"참으로 멋진 곳에 자리 잡은 정자구먼.""어허, 이런 곳에서 술잔 들고 앉아 있으면 시 한 수쯤 저절로 나오겠네.""예나 지금이나…. 풍치 좋은 곳은 가진 자들이 다 차지하고 살았구먼," 면앙정은 조선 중종 때 이 지방 양반인 송순이 세웠다.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에 있다. 지방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퇴계 이황을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과 교류했던 곳이란다. 송순은 이곳에 수많은 학자시인들의 창작 산실을 만들었다. 정자 안에는 이황 외에도 김인후와 임제,·임억령 등의 시편들이 판각돼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