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한우협회 소속 축산농가 회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값 폭락에 항의하며 정부의 한우 수매 등 한우값 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전국한우협회와 축산 농가는 소 1000여 마리를 차량에 싣고 상경해 '한우 반납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원천 봉쇄로 상경은 무산됐다.
유성호
우려했던 솟값 폭락이 현실로 나타났다. "소 값 반 토막", "육우 송아지 한 마리에 1만 원", "사료 값 때문에 송아지 굶겨 죽여" 등, 나락으로 떨어진 축산 관련 뉴스는 연일 언론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축산 농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마침내 소를 몰고 청와대로 가는 상경 시위로 표출됐고(5일), 공권력과의 충돌은 새해 벽두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다.
시장에서 버림받은 탓일까? 지난 6일 찾아간 이웃 축사의 분위기는 추운 겨울 날씨보다 더 냉랭했다. 한숨만 푹푹 내쉬는 농민의 눈에는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락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당장에 소를 팔아야 사료 값도 충당하고 가족의 생계를 이어 나가는 영세 축산농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아~ 소 말고 다른 농사라도 짓는 사람들이나, 수백 마리 이상 키우는 자금 튼튼한 사람들이야 버틸 수 있지만, 우리처럼 소 하나 바라보는 사람은 죽게 생겼어."다른 농사를 지으면서 '과외'로 소를 한두 마리 키우는 사람들은 당장 소를 팔지 않아도 되니 괜찮고, 대규모 기업형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금력으로 이 사태를 버틸 수 있으니 괜찮지만, 당장 소를 팔아야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를 팔 수도 안 팔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라는 말이다.
막상 '소 값 반 토막'이 현실로 다가오자 다시 분노는 정부 정책으로 향했고, 별 관심 없던 한미FTA도 미래의 불안 심리에 불을 지피는 것 같다고 한다.
"소를 너무 많이 키운 농민에게도 약간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요?""몇 십 마리 키우는 게 뭐가 많이 키우는 거야. 천 마리 키우는 사람도 있는데."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한우 사육 두수는 약 300만 마리. 정부는 한우의 과잉사육 문제를 제기하며,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암소 도축을 유도하는 것으로 이 가운데 40만 마리를 도태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세농가의 입장에선 이도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수입 쇠고기만 아니면 한우가 많은 것도 아니야. FTA 밀어붙이는 정부 책임이 제일 크다고."한우 수가 늘어나면서 정부에선 감축 권고를 했지만 사실상 개별 사업자와 같은 농가의 현실상 통제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돈 된다' 대책 없이 달려든 농민들 책임" 지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