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앞마당에 진을 친 농성장. 급하게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지붕이 어른 가슴 높이에 불과하다.
성낙선
마을이 병들고 주민들의 몸과 마음도 병든다지역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집을 떠나 농성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 역시 무척 고된 일이다. 그런데 겨울이 깊어가면서 농성장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이날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백아무개 할머니는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하소연 하던 끝에, 요즘은 사는 게 지옥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올해 65세인 백 할머니를 비롯해 농성에 참여하는 주민들 대다수가 몸이 성치 않다. 대부분 한두 가지 병을 앓고 있다. 이제는 농성이 길어지면서 없던 병마저 생길 지경이다. 그들은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도 큰 문제다. 홍천군 구만리는 한때 '범죄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휩싸여 주민 30여 명이 전과자로 전락했다. 소박한 일상을 영위하던 주민들 가슴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셈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최문순 도지사가 결단을 내려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도지사는 자신이 벌인 일이 아니라고 해서, 이미 법적 절차를 거친 일이라 되돌리기 어렵다고 해서 현재 도민들이 처한 현실마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사업주들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와중에 저질렀을지도 모를 불법과 탈법 여부를 가려내,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