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0일 큰형님 집이 다 타버렸습니다.
김동수
지난해 10월 10일, 경남 김해로 걸려온 한 통의 급한 전화는 놀랍고 충격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큰 형님 집이 홀랑 타버렸다는 믿을 수 없는, 아니 눈으로 보기 전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눈 앞에 허망하게 타버린 형님 집은 저를 망연자실하게 했습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합니다. 불났다는 수많은 뉴스를 보면서도 '또 불났네'라는 생각만 들뿐이었지만 살붙이 집이 불타버리자 불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고통 속으로 이끌어가는지 금세 알았습니다.
티끌모아 태산, 불우성금 1000만 원 이상 모여하지만 형님은 불탄 자신 집보다 저를 더 걱정했습니다. 역시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형님네는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동생이 지은 축사 관사에서 두 달 이상을 지냈습니다. 그 집마저 없었다면 딱히 거처할 곳도 없었는데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집과 안에 있던 모든 가재도구가 다 타버렸는데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신앙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절대자에게 절대 의존하는 형님 가족을 보면서 하나님 존재를 더욱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분들이 한 몸이 되어 형님 가족을 도왔습니다. 옷가지를 가져다 주는 사람, 양식과 먹을거리를 손에 들고 왔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한 푼 두 푼 불우이웃 성금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형님 말로는 500여만 원이라고 합니다.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시골 인심은 아직도 살아있었습니다. 우리 형제들도 한 푼 두 푼 모아보니 500여만원이 넘어 형님이 도움 받은 돈이 1천만원이 넘었습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사실이었습니다. 석 달 동안 타 다버린 집을 치우고, 기초를 놓고, 집을 지었습니다. 어제(7일) 드디어 집들이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도움을 주신 동네 분들을 위해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며 "돼지도 한 마리 잡으라"고 하셔서 돼지도 한 마리 잡았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언덕배기 집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돼지를 삶았습니다. 가마솥에 삶은 돼지 먹어 본 적 있나요. 도시에서 먹는 수육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요. 돼지 삶는 데 큰 아이와 막둥이는 빠지지 않습니다.
돼지 한 마리는 대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