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민주통합당 '모바일투표' 흥행이 두렵나

[주장] 향후 공직선거에도 도움이 될만한 좋은 방식

등록 2012.01.05 14:57수정 2012.01.0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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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대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15일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일반 선거인단이 4일 오후를 기준으로 37만 명을 넘었다. 7일 마감까지 50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청자 중 93%가 모바일 투표를 신청했으니 투표율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당 조직보다 민심을 얻는 후보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들도 폭발하는 모바일 투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선거인단 <조선일보>는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다.

1월 5일, <조선일보>는 '모바일투표, 한국정당 되살릴까 아주 죽일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통합당은 모바일투표가 정당과 국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특히 젊은 층의 정치참여를 활성화시켜 정당정치를 재생(再生)시킬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민주통합당이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국민을 앞으로도 당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품을 수 있다면 그런 기대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민주통합당이 모바일 투표 흥행에 기대를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금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자들은 20~30대가 중심이 된 모바일 투표자들의 인기를 모으는 데만 정신이 팔려 당원들 얼굴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있다"고 젊은층에만 관심을 가진 것을 비판했다.

하지만 나는 기간 정당 선거에서 당원들만의 잔치가 '줄세우기'라는 병폐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바일 투표를 통해 젊은층이 대거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일인 것이다. 특히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은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민주주의 퇴보를 낳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모바일 투표를 통해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은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해 환영할 일이지 딴죽을 걸만한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사설은 또 "서구 정당들도 당과 국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그래도 기본은 수백 년간 계승·발전시켜온 자신들의 이념에 동의하는 당원과 지지층을 지키고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바일 투표제는 시민의 정치 참여 기회를 넓혀가는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는 거꾸로다. 초원을 잠시 휩쓸다 사라질 정치 유목민(遊牧民)들을 붙잡으려고 자기네 울타리 안에서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붙박이들을 본척만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모바일 투표제를 비판했다.

오랫동안 정당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 지지자가 그 정당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당은 지역주의에 기댄 정당이다. 토착세력이 견고히 자리잡아 오히려 민주주의의 진보를 가로막기도 한 일이 많았다. 이번 모바일 투표는 이런 비민주주의 정당 구조를 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정당에 몸담은 많은 사람들 수고를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기성당원과 모바일 선거인단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법을 찾도록해야지 모바일 투표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무리다.


사설은 "한국 정당정치의 근본적 취약성(脆弱性)은 정당이 권력에 도전하는 한 개인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걸로 생명을 다하고 정당 스스로의 주체성과 영속성(永續性)이 없다는 것"이라며 "김영삼당, 김대중당, 노무현당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을 뿐"이라고 했다.

전혀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당은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에서 탈당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다시 한나라당으로 복당했다. 한국 정당사에는 미래희망연대이지만 '친박연대'라 불리는 조직도 있었다.


사설은 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이 모바일 투표의 명분 속에 가려진 이런 위험을 직시(直視)하지 못하면, 모바일 '정치 굿'이 끝나자마자 역사의 화석(化石)으로 묻혀버릴지도 모른다"며 민주통합당 생명력이 길지 못할 것이라고 모바일 투표에 기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면서 이 신문이 민주통합당의 모바일 투표 흥행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젊은층을 끌어들인 모바일 투표. 나는 앞으로 공직선거에도 도입할만한 좋은 투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사설에 대해 누리꾼 'eul**'은 "꼭 투표장에 가서 하고싶다면 말릴일도 아니거니와 시대가 변하고 투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편의성을 감안할 때 모바일투표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민주통합당 #모바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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