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구촌사랑나눔은 새해 첫날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게 기쁨을 나눠주는 행사를 서울대공원에서 열었다.
조호진
'2012년 새해맞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잔치'가 1일 오후 3시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열렸다. (사)지구촌사랑나눔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장태평 마사회장과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장관,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원봉사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물개쇼와 돌고래쇼에 이어 아기 코끼리들을 구경했다. 코끼리는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기 때문에 실내전시장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 단체가 새해 첫 행사를 서울대공원에서 열게 된 것은 스리랑카 아기 코끼리들과의 아주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김해성 목사는 1996년 겨울,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떠는 외국인노동자 2명을 데려다 밥을 대접하고 일자리를 구해주었다. 그 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은 김 목사가 운영하는 '성남외국인노동자의집'을 아지트로 삼으면서 설날행사 등의 공동체 행사를 김 목사의 도움으로 열었다. 뿐만 아니라 김 목사는 이들의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김 목사에게 도움받은 스리랑카 노동자 가운데 한 청년의 삼촌이 스리랑카 야당 국회의원 마힌다 라자팍세였다. 마힌다 의원은 2002년 스리랑카 노동자들과 자신의 조카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차 찾아와 김 목사와 인연을 맺었다. 김 목사는 2004년 쓰나미가 스리랑카를 덮치자 긴급 의료팀을 조직해 달려가서 시신더미를 헤치며 구호활동에 앞장섰다. 그런데 마힌다 의원은 노동부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쳐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힌다 대통령은 김 목사를 스리랑카로 초청해 우정의 뜻으로 코끼리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강아지도 아니고 코끼리를 어떻게 키워? 황당한 선물이어서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 보니 동물원엔 늙은 코끼리만 있어서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것이다. 임신 가능한 코끼리를 구하려고 해도 멸종 위기 동물은 국제협약으로 매매 금지, 이대로 가면 한국의 어린이들은 코끼리를 그림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힌다 대통령께 전화를 했다.
"코끼리를 주신다는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가요?""김 목사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선물로 드리겠습니다!"정부도 어린 코끼리를 구하려고 세계만방으로 뛰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우정을 소중히 여긴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도 아닌 이주민 지원단체 대표에게 귀중한 선물을 아무 조건 없이 주었다. <흥부전>에선 제비가 보은의 대가로 박씨를 물어와 부자가 됐지만 <이주민전>에선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을 도왔더니 보은의 코끼리가 한국에 와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