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2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성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오랜 고집이 꺾였다.
방통위는 29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상 주민번호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SK컴즈, 넥슨의 연이은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각각 3500만 명과 1320만 명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자 방통위도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전 국민 주민번호 유출됐는데... 방통위 '뒷북 대책' 당장 내년부터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비롯해 1일 방문자 1만 명이 넘는 웹사이트는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이나 이용을 할 수 없고 2013년부터는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된다. 또 그동안 악성 댓글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여론 소통으로 차단해온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역시 재검토하기로 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늦게나마 반가운 소식이지만 2008년 옥션 해킹 사건 등으로 이미 인터넷상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미 사실상 전 국민 주민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 '뒷북 대책'이란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2007년 출발한 인터넷 실명제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1일 방문자 10만 명 이상 웹사이트까지 점차 확대되며 포털은 물론 주요 언론사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게시글과 댓글을 통한 활발한 여론 교류를 막아왔다. 더구나 유튜브나 트위터 등 해외 사이트는 손을 놓으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이란 비난까지 받아왔다. 수년째 인터넷 기업과 사용자들의 폐지 요구를 외면해 온 방통위지만 주민번호 이용 금지와 맞물려 실명제 폐지나 대폭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MB18nomA'가 유언비어?... '통제위' 비난 자초 이날 방송통신 업무보고에선 지난해에 이어 3대 핵심 과제의 하나로 '건전한 소통 사회 조성'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제 지난 4년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데 앞장섰다.
지난 연말 업무보고 당시 방통위는 "사회교란 유언비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 강화를 선언했다(관련기사:
'조중동 방송'은 띄우고 누리꾼 입은 막고).
실제 공안검사 출신 박만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심의위는 이 과제를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5월 '2MB18nomA' 트위터 계정이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해 논란을 빚더니, 급기야 SNS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감시를 전담하는 '뉴미디어심의팀'을 만들어 10·26재보선으로 모처럼 불붙은 '트위터 선거'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업무보고에도 기업의 '자정 역할'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방통심의위와 주요 포털 간에 '불법유해정보 자율심의 협력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불법성이 명확한 음란 사행 행위 정보 등'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방통심의위 등 외부 요청 없이 포털 스스로 문제되는 글을 '일시 차단'(임의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셈이어서 자발적 '통신 검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통신] 통신요금 인하는 생색내기... 사업자 편에 선 방통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