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체에서 판매한다는 흑룡 은괴
인터넷 쇼핑몰 갈무리
이제 며칠 뒤면 토끼의 해가 지나가고 용의 해가 될 것이다. 업체들은 진작부터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말띠가 아니라 흑말띠라 괜찮다'는 것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황금 돼지해와 2010년 백 호랑이해를 맞을 때와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새해맞이 판매 전략을 내세우는 업체들의 상술은 올해에도 여전하다.
한 오픈 마켓은 '순도 99% 흑룡 은괴'를 단독으로 판다며 열을 올리고 있고, 어떤 업체는 허영만 화백이 그린 '용그림 띠 와인'을 선보였다고 한다. 호랑이와 토끼에 이은 용그림 띠 와인은 띠 와인의 세 번째 시리즈란다. 이 와인은 출시 2주일 만에 7000병이 판매될 정도로 흑룡의 해 덕을 보고 있다.
60년 만의 '흑룡의 해'로 덕을 보는 업체는 한둘이 아니다. 겨울이면 비수기를 맞는 웨딩 업체도 '흑룡의 해 특수'로 인해 2월과 3월 예약률이 높아지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길일과 골든타임은 벌써 예약이 마무리된 상태란다.
웨딩 업체뿐만 아니라 출산 용품 업체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산 용품 업체들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한다는 흑룡의 해에 아기를 출산하려는 예비 엄마들의 심리를 노리고 있다. 업체들은 출산 예정 부부들을 위해 출산 용품 관련 매장을 신설하고, 예비엄마들을 초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흑룡의 해'는 어떻게 돌아오는 것일까. 궁금했다. 알아보니 매년 육십갑자가 돌아가며 상징하는 색과 동물이 달라진단다. 솔직히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육십갑자를 이루는 10천간은 다섯 가지의 색으로 이뤄지는데, 이것이 띠를 칭하는 12지지와 결합해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2년은 임진년으로,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합쳐져 '60년 만에 오는 흑룡의 해'로 불리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니 2013년은 '계사년', 검은 뱀의 해가 되고 그다음 해인 2014년은 '갑오년', 파란 말의 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해서 결합하는 복잡한 60갑자 덕분에 하얀 호랑이해, 황금돼지(사실은 붉은 돼지)의 해가 탄생하는 것이다. 업체들은 해마다 달라지는 색에 의미를 부여해 '좀 더 눈에 띄는 마케팅 상술'에 열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띠 앞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가며 매출을 올리려는 업체들의 상술 덕분에 사람들은 '아! 뭔가 길한 기운이 가득한 새해가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 믿음은 이내 소비행위로 연결되곤 한다.
특별 상품 판매하며 소비 부추기는 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