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두려운 공무원들, '원격 근무' 덕 볼까

2012년은 '스마트워크' 원년... 시설 갖췄지만 '조직 문화' 걸림돌

등록 2011.12.27 09:25수정 2011.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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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문을 연 스마트워크센터
지난 7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문을 연 스마트워크센터KT 제공

지난 7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1층에 50여 개 좌석과 영상회의실 등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스마트워크센터'가 문을 열었다. 내년 말부터 시작되는 주요 정부부처들의 세종시 이전에 대비한 공간으로, 평소 변동좌석제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서울로 출장 오는 다른 지역 공무원들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출장이 잦은 공무원뿐 아니라 갑작스런 세종시 이전 때문으로 고민하는 '기러기' 공무원들도 귀가 솔깃할 만하다.

스마트워크,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확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다양한 공간에서 일하는 '원격근무(스마트워크)'란 말이 이젠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클라우딩 컴퓨팅로 대표되는 모바일 ICT(정보통신기술) 발달 덕이다.

애초 정부 독려로 출발했고 여전히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 정부기관이 주도하고 있지만 IT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기업들도 조심스럽게 원격근무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8일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방통위 주최로 열린 '스마트워크 앤 소사이어티' 행사에는 다양한 기업들의 스마트워크 도입 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KT와 유한킴벌리, 리인터내셔널 등이 스마트워크 우수 도입 기업으로 상을 받았고 국내 최초의 민간 임대형 스마트워크센터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사례도 소개됐다. 

정부를 대신해 보급 확대에 나선 KT는 분당 본사, 광화문, 일산 등 전국 10여 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설해 원격 근무에 활용하는 한편, 기업들 대상으로 스마트워크 솔루션 보급에도 한창이다. 제주 스마트워크센터 역시 JDC와 KT의 합작품이다.

 KT는 지난해 9월 분당을 시작으로 일산, 광화문 등 10여 곳에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분당 본사 스마트워크센터.
KT는 지난해 9월 분당을 시작으로 일산, 광화문 등 10여 곳에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분당 본사 스마트워크센터.김시연

민간 임대형 스마트워크센터도 등장


지난 10월부터 레저 특화형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제주 스마트워크센터는 1인용 좌석 20여 개와 2인, 4인, 8인용 독립형 사무공간 10여 개로 이뤄져 제주에 출장 온 비즈니스맨이나 1인 창업자 등이 시간, 일,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워크센터가 보안 문제 등으로 자사 직원들로만 한정된 것과 달리 일반인에게 개방한 게 특징이다.

실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된 유럽 국가에선 이와 같은 개방형 스마트워크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명 시대와 맞물려 스마트워크센터, 클라우딩 컴퓨팅 등 기술적 기반은 갖춰졌지만 실제 스마트워크 활성화의 관건인 제도와 문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당장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 대상으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도입하려 해도 이른바 '눈도장' 문화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소외감 등 때문에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란 쉽지않다.

정병주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스마트워크지원부 책임은 "올해까지 공공 부문이 선도하며 스마트워크센터 10여 개를 지어 기반은 확산됐다"면서 "공무원들 개인도 만족하고 있지만 아직 조직 내 관리자나 인사담당자들의 거부감은 여전해 내년에는 조직 차원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 스마트워크 확산 분수령

다행히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은 좋은 발판이 될 전망이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자녀들의 학교 문제로 분가하거나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격 근무'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부터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한 KT에서도 장거리 출퇴근 문제 때문에 주 1일에서 2~3일까지 집과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해 원격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지않다.

정병주 책임은 "세종시 이전에 맞춰 출장형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어 이전하는 공무원들이 많이 이용하게 할 것"이라면서 "점차 많은 부처들이 내려가면 지금 공간으로 감당할 수 없어 중앙청사와 세종시에 별도 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주거지 주변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많이 만들면 아예 세종시로 이사하지 않고 서울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이는 수도권 인구 분산이라는 세종시 이전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현 정부로선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스마트워크 #스마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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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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