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최북단에 있는 한국전망대.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도 부산항이 보인다.
김종성
명나라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조선이 여진족과 대마도에 대한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데는 세종의 강력한 팽창정책이 큰 몫을 했다. 만약 세종 같은 군주가 계속 나타나서 여진족과 대마도를 끊임없이 단속했다면, 조선 후기에 벌어졌던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 후기에 벌어졌던 일'이란 것은 여진족이 청나라를 세워 조선을 도리어 속국으로 만든 일과 대마도가 일본 쪽으로 계속 기울다가 1869년에 일본에 편입된 일을 가리킨다. 세종 같은 군주가 후대에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기에, 여진족과 대마도가 계속해서 조선과 멀어졌던 것이다.
조선 전기에 여진족을 침공한 군주들은 계속 나왔지만, 세종처럼 여진족과 대마도를 동시에 압박한 군주는 드물었다. 이런 공격적 대외전략이 훈민정음 창제, 과학기술 개발, 민생안정 사업 등과 더불어 동시에 진행되었으니, 세종이 얼마나 부지런히 일했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22명이나 되는 자녀들까지 낳았으니, 그는 여러 가지로 참 부지런하고 대단한 군주였다.
'명나라 천하' 속에서 '조선 천하'를 꿈꾼 세종의 대외전략은, 오늘날 '미국 천하' 속에서 '중화 천하'를 꿈꾸는 중국의 대외전략을 연상케 한다. 중국의 대외전략은 팍스 아메리카나 속에서 팍스 시니카의 영역을 '야금야금' 확장시키는 것이다.
'틈새외교'에 공들이고 있는 중국오늘날 중국은 미국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지역들에 돈도 많이 투자한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취약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봉쇄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중국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그들이 틈새외교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은 겉으로는 미국의 세계패권을 인정하면서도, 속으로는 '지랄하고 있네!'라며 자국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세종 역시 그러했다. 세종은 겉으로는 명나라의 팍스 시니카를 인정하면서도, 명나라의 영향력이 취약한 여진족·대마도를 상대로 끊임없이 '팍스 코리아나'를 추구했다. <뿌리 깊은 나무> 속의 세종은 사대부들을 두고 "지랄하고 있네!"라고 중얼거렸지만, 실제의 세종은 명나라를 상대로 마음속으로 그런 말을 수없이 외쳤을 것이다.
비록 국력의 한계 때문에 명나라를 상대로 대놓고 욕설을 퍼붓지는 못했지만, 세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강력한 조선'을 추구했다. 그런 자주적 정신이 있었기에, 한자에 맞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고자 그렇게 열성을 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