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비뇽 페스티벌로메오 카스텔루치 <신의 아들의 얼굴개념에 대하여>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일단 오페라 극장 안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무대 위에 거대한 예수님의 얼굴 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 배경처럼 존재하는 캔버스 앞에 새하얀 인테리어의 거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거동이 불편한 한 노인이 나와 소파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TV를 시청합니다. 직장에서 막 퇴근한 아들이 등장합니다. 아들은 양복을 벗고 아버지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노인은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살핍니다. 여기서 공연은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노인이 자신이 앉아있던 소파에 실례(?)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작은 것도 아니라 큰(!) 것입니다. 물론 기저귀를 차고 있었던 터라, 아주 문제의 소지는 아니었지만, 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식과 쓴웃음이 흘러나왔지요. 아들은 괜찮다는 미소와 함께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돌아선 노인은 앙상하고 비루한 육체를 드러내며 기저귀를 갈 때 엉거주춤 서 있습니다. 특수효과인지, 실제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실례의 흔적은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기저귀를 가는 도중, 분비물은 하얀색 소파에 그대로 묻게 되는 것이었지요.
아들은 수건을 가지고 나와 아버지가 흘린 분비물을 정성껏 닦고,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충격적인 장면은 이제야 시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소파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테이블 의자로, 테이블 의자에서 침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도합 4번 실례를 합니다. 얼마나 리얼한지, 무대의 배설물의 냄새가 그대로 객석에 전달될 정도입니다. 눈과 코를 의심해도 무대 위에 그것(?)은 그것(!)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아비뇽의 관객들은 가만있지 않습니다. 몇몇 관객은 헛기침을 하며 요란스레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다수의 관객들은 미간을 찡그린 얼굴로 엽기적이고 황당한 무대 위 인물들의 '행동' 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아비뇽의 무대에서는 성행위, 배설 등의 난잡스런 퍼포먼스를 벌인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행위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통제하기 어려운 노인은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다니며 실례를 하고, 순백색의 무대는 온통 흑갈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아버지는 연신 '미안하다' 는 말을 하면서 괴로워하고, 아들은 괜찮다고 하면서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게 됩니다. 그러나 수건을 가지러 간 사이에 아버지가 다시 침대에 실례를 하자, 드디어 아들도 폭발을 하고 맙니다.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분명한 드라마 구조는 없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배설과 이를 수습하는 아들의 행위가 반복되면서 오는 느낌은 사뭇 강렬합니다. 처음에는 그 행위들이 희극적으로 느껴졌다가, 이내 비극이 되고 무대 저편의 사건이 아니라 곧 우리가 맞닥뜨려야할 현실로 인식되었으니까요. 우리에게도 부양하고 돌보아야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불쾌하게 느껴졌던 배설물의 존재도 절박하게 다가왔습니다. 무대 위 고통이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전이된 것이지요. 관객들은 아들의 인내와 분노에 대해 공감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에선 연민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