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비뇽 페스티벌빈센트 맥케인<햄릿>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햄릿은 바나나 복장을 한 삼촌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다 물속으로 빠져들고, 우위를 점한 바나나맨은 관객을 선동하여 박수를 받더니, 다시 풀에 뛰어들어 햄릿과 수중전을 벌입니다. 이들은 툭하면 서로를 죽이려고 주먹질을 해대고, 목을 조르고, 총을 쏘고, 상대를 잡기위해 뛰어다닙니다. 남자들뿐만이 아닙니다. 여자들끼리도 머리채를 잡고 싸우며, 폴로니어스는 오필리어의 머리채를 잡고 위해를 가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발길질에 쫓겨 도망간 줄 알았던 햄릿은 얼굴에 피칠갑을 한 채 전기톱을 들고 들어와 위협을 하고 거의 옷이 벗겨지다시피 한 바나나맨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납니다.
이 공연은 작년 서울 연극올림픽의 초청작이었던 오스터마이어의 <햄릿>을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무대 중앙의 풀장이라든지, 거칠고 야만스럽게 분한 햄릿이라든지 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오스터마이어의 햄릿 역시도 몇 년 전 아비뇽의 초청작품이었지요.) 빈센트 멕케인의 햄릿은 어쩌면 그보다 더 나아가 마치 햄릿의 무대를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어슬렁대는 존재들의 결투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2막에서 벌어지는 햄릿의 극중극은 기존의 역할을 가지고 등장했던 인물들이, 이를 다시 재연하는 방식으로 그 역할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햄릿의 꿈속에서 보이스카우트가 되어버린 클로디어스는 얌전한 아이를 연기하고, 원작의 햄릿에서는 볼 수 없는 과장되고 해체된 이미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제시됩니다.
재미있었던 장면은 햄릿의 왕궁이 관객의 눈앞에서 생겨나는 장면입니다. 공기주입식 세트로 구성된 성벽과 왕좌는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고, 등장인물들은 그 위에서 넘어지고, 미끌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관객들은 앞선 장에서 축포장면의 엄청난 양에 놀랐듯이, 이번에는 그 거대한 크기에 놀라게 됩니다. 시종일관 이러한 과장과 그 쏟아지는 과한 이미지에 섬뜩함을 느끼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