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례 소이는 글자 하나하나를 속옷을 찢어 적었다. 세종에게는 소이같은 사람이 있었다.
SBS
해례 소이는 독화살을 맞고 속치마를 찢어 제자해를 한자 한자 적어가며 사투를 벌였습니다. 머뭇거리는 똘복 오라버니에게 "이걸 반포중에 가져가. 제자해야. 정기준이 반포식에서 전하를 암살하려고 해. 가서 알리고 전하를 지켜"라는 말을 남기고 스러져갑니다.
정기준과 글자 창제를 두고 논쟁할 때 "너는 결코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반박에 움찔했지만, 마지막회 죽어가는 정기준 앞에서 가슴을 치며 "여기가 이렇게 아픈 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이도의 그 마음과 뜻을 받들어 그들은 하나가 됩니다. 글자창제와 반포를 성공해 가슴이 찢어질 것같고 터질 것같은 심장을 움켜지는 세종 이도의 마음을 알기에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똘복이는 강채윤으로 거듭나 정기준의 마지막 명을 수행하기 위한 달려오는 '개파이' 칼에서 이도를 구하고 소이가 간 그 길을 따라갑니다.
주군 이도가 똥장군을 쥔 것도 모르고 "전하가 어디계시냐"고 물었던 '조선제일검' 무휼, 생긴 모습은 전혀 살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욕쟁이 세종를 마지막까지 지켜려다가 개파이에게 마지막 일격을 당해 죽습니다. 죽어가면서 그가 던지 말 "멈추지 마라. 전하께서는 왕이다. 무사 무휼에게는 제 길이 있고 전하께는 전하의 길이 있다. 자리로 돌아가라"며 "전하, 이 내금위장 말 좀 들어라"며 주군을 위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은 조선제일검이 아니라 '조선제일웃음꾼'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연두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연두가 없었다면 정기준이 한글반포를 막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이가 연두에게 말한 "글자를 아는 사람 세 명에게 가르쳐주지 않으면 부스럼이 난다"는 말을 민들레 씨앗처럼 흩뿌렸습니다. 정기준은 결국 포기합니다.
<뿌나>의 조선이 부러운 이유입니다. 세종에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글자창제는 '일'이었지만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들겠다는 세종의 애민을 보고 함께했습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 세종 이도였기에 사람이 있었고, 한글창제와 반포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얻은 이도를 보고 갑자기 두 사람이 생각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을 '맡긴 게' 아니라 바로 사람에게 '걸었다."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월 19일 오후 7시 충남도청에서 노무현재단 주최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참 누구와 대비됩니다.
"올해 정말 숨가쁘게 많은 일들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세계 정상중 나만 일해..참 불공정한 사회"(이명박 대통령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부처 장차관 종합토론 모두 발언)"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선거가 없는 내년이 가장 일하기 좋은 한 해다. 난 서울시장 때도 임기 마지막 날 퇴근시간까지 일한 뒤 퇴임식을 했다"(이 대통령 2일 신년연설문 독회)일만 잘하면 다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 그가 대한민국 최고지도자로 있던 지난 4년은 온갖것들이 최악이었습니다. 일 잘 한다고 뽑았는데 북한 최고지도자 사망 정보가 '52시간공백'이 단적인 예입니다.
2011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보다 1443년 <뿌나>의 조선이 부럽다2011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보다 1443년 세종이 다스렸던 조선과 <뿌리깊은나무>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논쟁과 사람을 얻는 그 모습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과연 5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2011년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을 드라마로 만들면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치도 양보없는 논쟁을 벌이고, 일 잘하는 사람을 뽑는 지도자가 아닌 사람을 얻는 지도자로 그릴 수 있을까요.
저의 답은 '2011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보다 1443년 <뿌나>의 조선이 부럽다'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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