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이 쓴 <대한민국 누들로드>
이윤기
<대한민국 누들로드>를 선택한 것은 딱 한 가지 이유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맛있는 국수집을 많이 알게 될 것이고, 맛있는 국수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수를 좋아합니다. 국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라면, 짜장면을 말할 것도 없고 잡채나 스파게티까지 면으로 된 것은 다 좋아하는 입맛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제 개인블로그에는 제 입맛에 잘 맞는 맛집을 몇 군데씩 소개하기도 하였지요.
<한겨레 21> 연재 기사에서 시작된 이 책은 그냥 단순히 맛있는 국수집을 소개하는 맛집 리뷰책은 아닙니다.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기원전 3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국수의 세계 전파 과정을 담은 대작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아류입니다.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있는 다양한 국수를 소개하고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맛있는 국수를 만드는 비법은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냥 흔한 맛 집 이야기는 아니고 다큐멘터리와 맛 집 이야기의 중간쯤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울밤 뜨거운 온돌에 앉아 먹는 시원한 동치미막국수는 별미였고, 보릿고개 시절 배를 채울 수 있도록 국수의 흔한 재료가 돼준 메밀은 하늘의 선물이었다. 국수가 3천 년을 이어온 인간의 욕망을 담아낸 음식이라는 말은 전국 팔도에서 국수를 치대고 뽑고 삶았던 시간을 따라가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간단한 요깃거리로만 여겨지는 국수 한 그릇에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보인다." (본문 중에서)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잊혀져 가지만 사람들이 추억하고 싶어하는 국수 이야기를 찾아냅니다. 전국의 팔도의 국수집을 통해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엿보고, 사람들이 왜 그런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지 그 지역 자연환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맛집 기사와 다큐멘터리의 중간쯤실제로 이 책은 지역적 특색을 가진 평양냉면, 함흥냉면, 춘천막국수와 같은 지역 특색이 있는 국수를 두루뭉술하게 소개하지 않습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신문기사처럼 고성의 백촌막국수, 평창의 현대막국수, 철원의 철원막국수 하는 식으로 상호를 모두 공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가 원조인지, 음식 맛은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습니다.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제주도로 나누어 모두 50군데의 이름난 국수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유명 국수집 소개와 함께 각각의 지역별로 국수와 함께 먹는 요리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메밀국수, 함흥냉면,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 칡국수, 막국수를 지역별로 소개한 후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메밀전, 닭갈비, 편육 같은 음식들을 막국수와 함께 먹는다는군요. 저자는 막국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돼지고기 편육이라고 평가하였더군요. 또 편육이나 수육 대신에 두부와 김치에 농주를 곁들여져도 금상첨화라고 하였습니다.
경상도의 국수로는 안동의 누름국수, 포항 모리국수, 진주냉면, 김해 물국수, 부산 밀면, 의령소바, 산청어탕국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산밀면이나 의령소바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국수입니다.
또 경상도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국수에 곁들이는 음식은 취약하다고 합니다. 의령 메밀 소바를 소개하면서 의령 망개떡을 소개하고 있고, 포항의 모리국수에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근처 양조장에서 파는 '집집이 동동주'와 시큼한 막걸리를 권합니다. 산청의 어탕국수에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생선튀김을 곁들여 보라고 합니다.
전라도 국수로는 군산 팥칼국수와 해물칼국수, 김제 도토리 칼국수, 담양 비빔국수와 선지국수, 보성의 팥칼국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국수는 팥칼국수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국수 전문점을 중심으로 팥칼국수를 파는 식당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은 전라도가 제대로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팥칼국수, 해물칼국수를 소개하는 전라도 편에서는 삼색만두, 대통암뽕순대, 약달걀과 같은 독특한 음식들이 있다고 합니다. 선지국수와 대통암뽕순대, 칼국수와 삼색 만두, 잔치국수에는 멸치국물과 한약재를 넣은 물에 삶아낸 약달걀이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전라도는 국수보다 국수에 곁들이는 음식들이 더 푸짐한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