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여의도 5대요구안occupy 여의도 5대 요구안입니다.
김혜승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이 불만일까. 무엇이 이들을 이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오게 만든 것일까.
이들의 5대 요구안은 ▲ '등록금을 폐지하고,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라' ▲ '청년실업 해결하고 불안정노동 철폐하라' ▲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을 통제하라' ▲ '한미FTA 폐기하라' ▲ '부자에겐 세금을, 우리에게 미래를'이다.
아직 빼앗긴 텐트를 찾지 못한 채 하늘이 지붕이 되어버린 농성장에서 그들의 요구에 대해 대사연 소속의 H양과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5대 요구사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접한 대학생들이 말이 많다. 그중 금융자본통제에 대해 다들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파생상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 파생상품을 통해 거래되는 돈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엄연히 도박에 가깝다. 규제없이 방만하게 이루어지는 거래는 막아야만 한다.
또한 규제를 통해 걷어진 세금은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위해 쓰일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파생상품거래의 부과된 세금을 통해 얻어진 액수는 반값등록금을 위한 충분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그러나 그 통제는 모두에게 부과되어야 하는 것일까? 파생상품을 통해 돈을 잃은 사람, 얻은 사람이 분명히 나누어진다. 그들 모두에게 부과된다면 더욱 큰 반발을 사지 않을까? 오히려 버핏세처럼 몇 퍼센트의 수익을 얻은 사람에게 가중치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러 처음부터 강하게 얘기하였다. 이렇게 얘기해야 사람들이 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자본의 문제에 대한 인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 인식이 현실에서 표면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월가시위도 그러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문제의식이 생겼지만 시위로 이어진 것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이다. 우리나라도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를 처음 화두로 꺼내기 위해서는 강하게 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누가 이익을 얻고 잃으냐가 아니다. 커다란 도박판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 학자금대출 제도가 도입된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문제가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학자금대출 제도에도 문제인식이 생기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다. 그 문제는 상황이 변한 것이다. 학자금대출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부과되던 금리는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학자금을 빌려 어렵사리 대학을 나와도 갚아야할 빚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힘들다. 사실 주변에서, 말을 안 해서 모르는 것이지 학자금을 대출받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다."
-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기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쁘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밖에 없다. 그 좁은 틀을 벗어나 세상에 눈을 돌린 이유가 무엇인가?"사실 누구나 그렇다. 자기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데. 그러나 나는 이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보았다. 돌이킬 수가 없다.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안다 한들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알기 전에는 몰랐으나 알고 난 후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이 더욱 안타깝다. 그렇다고 모른 체할 수도 없다. 사실 요즘은 모르는 게 더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맘 편히 자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여기 왜 나와 있는 것인가?"늘 똑같이 반복되어오는 구조, 구조 속에서 앓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 구조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