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혁명' 주역, 하벨 전 체코 대통령 타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 이끈 하벨 전 대통령... 지병으로 사망

등록 2011.12.19 08:50수정 2011.12.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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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타계를 보도하는 영국 BBC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타계를 보도하는 영국 BBCBBC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주의를 무너뜨린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의 주인공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타계했다. 향년 75세.

AP, BBC 등 주요 외신들은 18일(한국시각) "하벨 전 대통령이 체코 북부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잠을 자다가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하벨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은 그의 비서 사비나 단체코바의 공식 성명을 통해 발표됐다.

하벨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를 이끌었고 체코를 성공적인 자유경제 국가로 안착시킨 인물이다.

체코 수도 프라하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공산당 정권으로부터 재산을 몰수당한 하벨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채 택시 기사, 연극 극단 등에서 일하다가 희곡을 집필하며 극작가로 데뷔했다.

1960년대 초반 희곡 '가든 파티', '비망록'을 발표하며 극작가로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공산당을 비판하는 작품 내용 때문에 정부는 그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1968년 체코의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에 의해 무력 진압되자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하벨은 1977년 자신과 뜻을 같이 하던 체코 지식인들과 인권 선언문 '77조 헌장'을 발표했다.

하벨은 '77조 헌장' 때문에 감옥에 수감됐지만 민주화 운동가로서 더욱 높은 명성을 얻었고 1989년 시민포럼을 조직해 대규모 비폭력 시위를 이끌면서 마침내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당 정권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당시 체코의 민주화는 유혈 사태 없이 평화롭고 부드럽게 이뤄졌다고 하여 '벨벳혁명'으로 불렸고 이는 지금도 평화적 혁명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하벨은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나 1992년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 독립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하지만 이듬해 분리된 체코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재선에도 성공해 2003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하벨이 이끄는 체코는 19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높은 경제 성장으로 동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를 도입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지나치게 경제 성장에만 몰두했던 자신의 정책을 반성하기도 했던 하벨은 수단 다르푸르, 버마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고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자전적 희곡 '리빙'을 발표하면서 20년 만에 극작가로서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던 하벨은 오래 전 폐암 수술을 받았고 순환기 관련 지병을 앓아오다가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하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정상들은 "동유럽 민주화의 큰 인물이 떠났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바츨라프 하벨 #체코 #벨벳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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