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고양이가 먼저 나에게 다가온다.
전용호
마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작은 고깃배가 분주히 오가고,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해녀가 제주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해녀의 숨비소리는 아니더라도 삶의 애환이 짙게 배어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마을까지 들린다.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섬마을의 정이 그리운가 보다. 머리를 만져주니 배를 바닥에 깔고 눕는다. 일어나 가려하니 아쉬운 눈빛을 보낸다. 미안! 오래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오감이 즐거운 아름다운 몽돌해변배는 11시 30분에 출발한다. 처음 백야도에 올 때는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그냥 섬에나 가볼까' 하고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고민이다. 여객선은 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낭도, 둔병도를 거쳐서 간다. 가장 가까운 개도를 목적지로 정했다. 섬 이름이 개도? '수많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덮을 개(蓋) 자를 써서 개도란다.
개도까지 뱃삯은 2200원이다. 여객선은 30분 정도 차가운 바다를 달렸다. 개도 모전 선착장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내리면서 오는 배편에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니, 안된단다.
"예?" "오늘 날씨가 안 좋아서 이따가는 위험해서 못 대. 20분 정도 살살 걸어가면 여석마을이 있으니 그리 와."배에서 내리면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게된다. 길가에는 추운 겨울인데도 방풍나물이 푸릇푸릇 싱싱하다. 벌써 보리가 피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전마을이 나온다. 마을은 20가구 정도. 작은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바닷가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