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번째를 맞이한 가운데, 미국 뉴욕 맨해튼 주미 일본총영사관 앞에서도 연대시위가 열렸다. 노천희(61.왼쪽)씨와 김수복(67)씨가 "일본은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경준
그 와중에도 노천희(61)씨의 구호 소리가 가장 두드러졌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길을 가던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대변이라도 하듯, 그는 일본 총영사관을 향해 절규하듯 소리쳤다.
"일본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노씨는 "일본은 끊임없이 정신대가 조작된 것이라고 했지만, 1991년도에 이미 희생자 본인들이 나섰으니,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내년이면 20년이다. 천번째 집회를 한다니, 이건 정말 분통터지는 일 아니냐"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264명의 할머니들 중에서 이제 60여 명 정도 남았다"며 "가끔 (육성 증언을 하기 위해) 뉴욕에 오셨던 할머니들도 한 분, 한 분 다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45년 전 여고생 시절 <선데이서울>을 통해 처음 '정신대'라는 말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984년 미국에 건너 온 뒤, 현재까지 도서관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1992년 뉴욕에 온 황금주 할머니의 육성 증언을 듣고 난 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집회는 빼놓지 않고 참석해왔다. 특히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통해 <선데이서울>에서 보도했던 노수복 할머니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족까지 데리고 시위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는 "간혹 한국에 갈 일이 있을 경우에도 장학동(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며 "2007년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채택 당시 워싱턴DC까지 가서 직접 의원회관을 돌며 로비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건강이 나빠지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5일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팀이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하는 현장에 갔다가 우연히 이날 집회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노희천씨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직장인 도서관에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고 결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