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특히 정치와 권력과 관련된 역사는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임윤수
물이나 공기가 더럽혀지거나 들어가서는 안 될 것들이 들어가는 것을 오염이라고 합니다. 오염은 물과 공기, 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염은 지식에서도 일어납니다. 뭔가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은 지식이 오염됐다는 것이며,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지식을 오염시키는 행위입니다.
지식에 대한 오염보다 더 무섭고 경계해야 할 것은 왜곡입니다. 왜곡은 '정'을 '부정'으로, '진실'을 '거짓'으로 뒤바꿔 놓기도 하고 엄연히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은폐해 가치와 판단을 흔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한가람문화연구소 소장 이덕일이 쓴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역사적 의미를 올바르게 칭량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맑은 물이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깨끗한 공기가 탁한 공기를 맑게 해 주듯 모함과 암투, 야합과 모사가 판을 치던 당 시대의 정치 상황을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구멍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투시창이 될 것입니다.
사도세자의 죽음, 아버지인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사도세자의 부인이었던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재에 실린 <한중록>에서 역시 혜경궁홍씨는 사도세자가 정신병 때문에 뒤주에 갇혀죽는 신세가 됐음을 절절히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도세자의 죽음은 정치적 권력에 의해 타살 글쓴이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해 올려놓는 저울추는 '노론에 의한 정치적 사살'입니다. 혜경궁홍씨가 쓴 <한중록>이 의도적 왜곡임을 보편적 가치로 칭량할 수 있도록 영조실록에 비춰 낱낱이 해부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역사학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 실제로 유리 역사의 어떤 부분에는 승자의 기록으로서의 역사학이 횡행했다. 그 와중에서 진실은커녕 사실마저도 왜곡되어 전해지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