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과 염라 저승사자들의 춤 장면.연극의 코믹요소로서 무거운 주제를 완화시킨다.
문성식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과 꿈 많은 신인 여배우의 자살을 다루지만, 이 연극은 중간마다 익살스럽고 코믹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반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염라와 옥황으로 남자와 여자로 대비하며 코믹하게 그려낸 것도 인상적이다.
젊은 저승사자들(박정민, 이운호 역)은 주문도 잘 못 외우고 죽는 이를 착각하여 엉뚱하게 젊은 동주를 하늘 세계로 데려오는 등 실수를 벌인다. 연극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다. 또한 각 배역들의 상황을 춤과 노래로 표현하여 어렵고 무거워질 수 있는 부분을 완화한다.
무대는 빨간색이 주를 이루고, 막과 막 사이에서 텍스트 배경의 간막 영상을 투사하며 작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했다. 무대는 작지만 모든 사건이 다 일어나는 집의 마당을 표현해 대문과 집 안으로 들어가는 마루가 잘 표현됐으며, 무대 정면 안쪽으로는 꽃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그 뒤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커튼 뒤로 보이게 하고, 블라인드가 드리워져 있을 때는 영상이 비치는 커튼의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하늘 세계에 젖어들 즈음, 무대 왼편에서 이윽고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표정이 공허하고 담담하다. 왼쪽 무대 뒤편 블라인드 벽에 할머니의 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두 개의 작고 큰 이미지로 투사돼 시간의 귀로를 보여준다.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살게 된 배경과 그때의 참담한 일화들을 생생하고 덤덤하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