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사추이 아침 풍경.
조영미
둘째 날은 침사추이에서 아침을 맞았다. 몸과 마음은 이미 여행자 모드.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어젯밤 늦게까지 괴롭혔던 다리 통증이 사라진 것만 같다. 평소 같으면 벌써 앓아누웠을 텐데…. 멀쩡하다. 놀고 싶은 마음이 앞선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 부부가 하루 만에 달라졌다. 우선 대화가 달라졌다. 서로에게 '잘 잤느냐, 괜찮으냐'는 안부를 묻고, 아침으로 '뭐 먹을지' 의견을 묻고…. 서로를 살폈다. 결혼 9년 차, 부부면 좀 이해할 것이다. 남녀 간의 애틋한 마음, 연애감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을…. 그냥 가족인 거다. 하지만 신기하게 하루 만에 연인 사이가 됐다.
"술 적게 마셔라", "너나 잘해라", "내가 아이들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너만 힘드냐" 등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으로 몰고 가던 말들이 나올 법한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말을 안 하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안도와 위안을 주다니…. 그동안 너무 막말한 것 같아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이건 여행 때까지 만의 마음가짐). 하지만 현실로 돌아가면 여전하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메신저로 '술 먹고 늦게 들어온 어제 상황'을 두고, 한바탕 한 상태.
서론이 너무 길었다. 결혼 9년 차다 보니, 이런 관계가 어색하여 자꾸 서술을 붙이게 되는가 보다. 그건 그렇고, 우리에겐 숙제가 있었다. 바로, 숙소 문제. 어제 무작정 놀다가 부랴부랴 숙소를 구하니, 돈 가치도 안 되는 곳을 비싸게 주고 잔 것 같아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