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암시 전단이 꽂힌 주차차량(위부터)과 폰팅 광고가 부착된 전신주 등의 모습.
연합뉴스
물론 신변종 성매매업소의 출현 이유 중에는 성매매방지법을 피하기 위한 브로커 또는 업주들의 술수도 포함된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성매매가 친밀감을 서비스하는 모든 행위, 즉 대화, 애무, 정서적 친밀감, 애인역할 등과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기존의 성매매에도 이런 것들은 포함됐었지만, 이러한 영역이 보다 직설적으로 또는 '대딸'이나 '키스'와 같은 세부적인 형태로 성매매 시장에서 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소위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출현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다양한 성적 판타지를 실현시켜줄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것들이 성매매 시장에서 친밀함이라는 상품으로 가공되어 성적서비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신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조건은 좀 나아졌을까? 일단 외양상 좀 나아진 것도 같다. 파트타임으로 키스방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오전에 2시간만 일하고 6만원을 받고 있는데, "섹스 안 해도 되고 애무와 키스로 서비스 하거나 대화만 해주면 되는 것이라서 예전보다 덜 힘들고 깔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키스방에서 성매매하는 다른 여성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여성이 원하지 않으면 손님을 캔슬(cancel)놓을 수 있다, 강제나 강요는 없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직접적인 성교를 하지 않아도 되고, 진상 손님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정도의 제한된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일까?
키스방은 키스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성교행위도 거래되는 공간이다. "키스는 OO만원, 나가서 2차 하는 건 별도로 OO만원"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공존하며, 색다른 성적서비스를 요구하는 성구매자들도 늘 존재한다. "A업소에서는 이거 해 주는데, 왜 여기에서는 그런 서비스가 없냐"고 타박하는 성구매자들 사이에서, 키스방 종사자들의 그 '선택권'이라는 게 어떤 조건을 더 나아지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는 손님회원들이 온라인으로 그날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소위 '후기'를 올리는 셈이다. "어떤 서비스를 받았고, A는 이런 느낌이었고, B는 외모가 이러저러하며…등등등". 진상손님을 받지 않아도 되는 대신, 자신의 외모와 일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접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이 새로운 조건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사실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출현이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주의 감시가 아니더라도 외모와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성구매자들에 의해 평가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 손님을 상대하면서 느껴야 할 위협과 불안은 여전하다. 또 경제적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응해야 하는 성적서비스의 경쟁,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서적 고립과 자기 비하, 자아존중감의 파괴도 그대로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열악한 여성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이들을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진화하는 '신·변종' 성매매... 해결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