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동아일보),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4사 공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등 언론·시민단체회원들의 규탄 기자회견 및 집회에 대비, 경찰이 행사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정민
종편채널들이 제작비와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쓴다고 가정할 때, 1사당 운영비는 연간 2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전략에 따른 인력은 최소 200명 선으로 인건비는 연간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종편채널 4사(JTBC, TV조선, 채널A, MBN)는 공통적으로 '자체 제작보다는 외주 방식으로 주요 콘텐츠를 수급하고, 이를 해외로 유통하는 한편 다양한 뉴미디어 채널과 단말기로 유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의 본방률을 50%로 가정하면, 4개사에서 각각 하루 12시간 분량의 신규 콘텐츠 수요가 창출되는데, 이를 위한 재원은 1사당 연간 15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KBS2와 지역을 포함한 MBC, SBS 3사의 1사당 연간 가구시청률은 AC닐슨 기준으로 5%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 광고매출액은 6396억 원이며, 0.1%당 광고비는 2006년에서 2010년까지 평균 126억 8000만 원이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종편채널 4개사가 연간 가구시청률 1% 도달 시 종편채널의 연간 광고판매액은 1사당 1268억 원씩 총 5072억 원 규모이고, 4% 도달 시에는 1사당 5072억 원씩 총 2조 288억 원 규모가 된다.
종편채널들이 2500억 원의 수입을 올려 적자를 면하려면, AC닐슨 기준 1개사당 연간 가구시청률 2%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1사당 시청률 2%, 광고매출 2500억 원이 종편채널이 수지균형점에 이르는 지점에 해당하는 것이다. 만일 종편채널이 이 지점에 도달한 뒤 시청률을 더 올리지 못하고 정체한다면, 종편채널은 초기의 인프라 투자로 자본이 잠식된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부채도 갚지 못한 채 이도저도 못하는 임계상황에 발이 묶이게 된다.
그러나, 연간시청률 2% 도달 시에 2500억 원의 광고매출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은 정상상태에서의 이야기다. 이번에 개국한 종편채널은 예외다. 종편채널은 그 1/2 혹은 심하면 1/3의 시청률로도 그 금액의 광고매출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는 창업이나 사업 확장 등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영향력 있는 매체에 대해 대형 광고주들이 시장가치보다 2~3배 높은 요금으로 광고를 일정 기간 집행하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 상태 유지도 어려운데, 광고 내놓으라는 '종편'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010년 12월 17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광고시장 규모를 2015년에 1%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2015년 GDP의 1%는 13조 8000억 원이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광고시장 규모가 2010년에 비해 5조 원 가량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종편채널을 위한 광고재원은 다른 매체로부터의 광고비 전이와 무관하게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고시장 규모와 GDP 규모는 비탄력적인 비례관계에 있다. 또, 광고는 GDP 규모 자체보다 내수 규모와 더 강하게 비례한다. 비교역재 대비 광고비 지수는 미국 1.68, 영국 1.94, 일본 1.31, 프랑스 0.9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56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내수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큰 규모로 이미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광고시장 규모가 GDP 대비 1% 수준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내수용 대량소비재의 생산과 구매가 우리 경제의 중심축이 되는 방향으로의 경제체질 변화, 분배개선을 통한 양극화의 획기적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기존 경제운용의 방향과 전략을 크게 수정하지 않는 한, 최 위원장의 공약은 허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작은 내수 규모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외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 광고시장은 실질 성장률 기준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또, 이미 많은 매체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포화상태에 있다. 종편채널의 출범은 빈자리가 없는 광고시장에 새로운 강자들이 일거에 진입해 다른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상황을 예고한다.
종편채널은 모체인 신문사들의 사회정치적 영향력, 보도 능력, 광고영업 능력을 승계하고 있다. 수천억 원 대의 자금 능력도 갖추고 있다. 종편채널들은 의무위탁 시보다 30% 더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광고 직접영업 허용, 높은 시청률을 일거에 획득할 수 있는 황금채널 배정, 송출비용이 면제되는 케이블 의무전송, 의료광고 등 방송광고 금지품목의 해제를 비롯한 각종 광고규제 완화 추진 등 각종 부당한 특혜를 주려는 정부를 뒷배로 두고 있다.
개국 이후 수년 간 자신이 획득한 시청률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광고를 통 크게 집행해주는 대기업들의 관행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종편채널이 타 매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유명무실해지거나 퇴출될 가능성은 적다.
종편채널이 광고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은 그 운영재원을 광고시장의 성장을 통해 충당하는 과정이 아니라, 주로 타매체의 운영재원을 잠식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광고효과가 작은 매체, 효과에 비해 가격이 비싼 매체,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이 작은 매체들은 비교적 큰 폭으로 광고비를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력 있는 매체들 역시 상당 정도 잠식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지상파·인터넷, 종편에 의한 광고비 잠식 피해갈 수 없다종편채널 4사의 자본과 재정수요의 규모 및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은 광고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광고시장에서 각축하는 매체들은 재정의 규모를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다. 또한, 제한된 광고재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더 격렬해질 것임도 분명하다. 종편채널의 출범과 그에 따른 광고시장 잠식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은 방송·광고 산업과 여론다양성 등 두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산업 측면이다. 매출 축소와 그에 따른 경쟁력 저하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광고유치 경쟁력이 있는 지상파 3사와 인터넷 매체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지상파TV 3사의 경우, 채널당 5% 수준의 시청률이 4% 수준으로 감소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광고수입 축소를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무섭게 성장해 실질적으로 신문광고를 이미 앞질렀다고 평가되는 인터넷 역시 종편채널에 의한 광고비 잠식에서 피해갈 수 없다. 인터넷광고의 양적 확대는 계속되겠지만, 현재까지와 같은 급격하고 힘찬 성장의 모습은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도태되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의 극단적인 경쟁은 매체사들의 경쟁력 급락과 방송산업의 황폐화와 쇠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