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노동자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추모사를 경청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유성호
쌍용자동차 희생자 위령제는 싸늘한 날씨 속에 진행됐다. 무대 위에는 희생자들의 영정 대신 이름 없는 19명의 검은 얼굴이 걸렸다. '정리해고로 인한 쌍용차 죽음의 행렬,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의 20번째 칸을 물음표가 채웠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희망텐트가 간다는 소식을 듣고 사측은 공장 안이 보이지 않게 담벼락을 가리고 '외부세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며 "산자와 죽은 자를 나누려 하고 있지만 현실은 공장 안의 노동자들도 죽어가고 있다. 희망의 텐트로 죽음의 공장을 포위하자"고 호소했다.
권지영 '와락' 대표(현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는 "2년 전 해고통보서로 노동자들은 우울증에 빠져 장기간 약 복용, 술에 의존하며 결국 자신을 원망했고 가족은 해체됐다"며 "또 다시 해고당한 우리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의 죽음이 없도록 희망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와락'은 정리해고 이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정신적 치유를 위해 지난 10월 문을 연 심리치유센터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열아홉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가족이 고통에 빠져 있었을 때 국가는 의미가 없었다"며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할 힘을 희망텐트에서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의 힘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크레인에서 살아 내려오게 했다"며 "희망텐트가 쌍용자동차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할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자동차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같은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라며 "포함된 자와 쫓겨난 자가 함께 연대할 때 우리는 자본과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다"고 사회 각층의 연대를 호소했다. 그는 "희망텐트는 자본에 맞서 미국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던 시민들이 자유공원에 설치한 텐트와 닮았다"라며 "희망텐트가 우리사회 연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세상을 떠난 이들은 희생자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자본이 짜고 학살한 것"이라며 "이 자리 또한 위령제가 아니라 그들과 맞서기 위한 싸움에 나서는 출정식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위령제에는 강기갑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와 홍희덕 의원, 안효상 사회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
위령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이동해 희망텐트를 설치했다. 자리에는 이미 쌍용차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한 달 넘게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들도 역시 지난 2009년 77일간의 옥쇄파업 이후 노사가 맺은 '8·6합의'에 따라 19명이 공장으로 돌아가게 돼 있었으나 사측은 아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총 7동의 텐트를 공장주변에 설치했다. 한진중공업에 불었던 연대의 바람이 한 겨울 평택 들판의 텐트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