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게 오르는 계단이길구로구청으로 들어서기 위해 오르는 계단길, 지난 11월 29일 이들은 구로구 방문간호사 연속고용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녀들에게 이 계단은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경쾌하고 즐겁게 오를 계단이기를 희망해 본다. 경쾌한 오름길
김상정
민간위탁 전환 시도 후 폐기한 구로구청맞춤형 방문건강관리 사업은 구로구 관내 취약계층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구로구청의 핵심적 복지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진보신당 구로당원협의회를 비롯한 구로구 내 시민사회단체들(건강세상네트워크, 구로구 방문간호사, 민주노동당 구로구 위원회,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은 구로구청이 방문간호사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연속고용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월 29일에는 구로구청이 난데없이 이 사업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내놓아서 이를 철회하고 연속고용을 하라는 기자회견도 했다. 이어진 구의회 앞 1인 시위에 그녀도 참여했다.
구청은 지난 1일 이들에게 급기야 민간위탁을 추진하지 않고 1년 또 고용하겠으나 전부 다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비쳤다. 고작 1년, 사실상 10개월 더 일할 수 있는 면접을 볼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구로구 내 방문간호사 총 15명 중 3명이 벌써 이직했다. 또 한 명은 일을 그만두었다. 사실상 11명의 연속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구로구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면접권만을 주겠다는 것이다.
딱 하루만이라도 방문간호사와 함께 다녀보세요지난 2일 아침부터 김미영 간호사를 따라다녔던 나(아이 둘 딸린 주부, 38세)는 오후 1시경 연속고용보장 싸움에 앞장서 온 방문 간호사들을 구로구청 1층 로비에서 만났다. 의료가방을 짊어지고 구청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봤다. 내년에는 올라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고 경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우리들은 우리의 일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하고 싶을 뿐입니다. 10개월 기간제 계약이 아닌 안정적인 고용계약은 구로구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요."그들은 이성 구로구청장과 관계자들에게 딱 하루만이라도 자신들과 함께 취약계층을 방문해 보라고 한다. 이 일이 단지 그들에게 형식적으로 청진기만을 들이대는 의료행위인지를 단지 10개월 단위로 사람을 바꿔가면서 해야 할 일인지를 그때야 되묻고 싶다고 말한다.
동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아, 나의 어머니나는 아기 둘을 데리고 오전 내내 그녀를 따라다녔다. 6개월 아기는 앞에 안고 29개월 아기는 방문 간호사의 손을 잡고 걷고, 겨우 1시간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아파서 거동이 힘든 할머니, 이제는 조금 건강해져서 동네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 그리고 슈퍼 아줌마. 이주노동자 가족, 지적장애인 아들을 돌보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도 많이 안 좋아 돌봄이 필요한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나의 어머니도 올해 칠순이다. 추운 겨울, 갑자기 다리가 아프시다며 거동을 못하신다. 오늘로 3일째, 그런 이유로 난 이 글을 그날 바로 쓰지 못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엄마네집에 가서 엄마를 간호했고 그러면서 내내 걷지 못하는 엄마에게 구로구 내 방문 간호사들 얘기를 했다.
엄마는 간호학교를 나와 시골에서 의료활동을 펼치셨다. 의료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깡시골에 보건진료소장을 하셨고 난 그녀의 막내딸로 둘이 살았다. 혼자 밤을 지샌 적도 많았다.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는 밤이고 낮이고 출장을 가기 때문이다. 난 그때 지새웠던 밤이 무섭고 슬펐던 시간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낸 엄마의 자랑스러운 모습은 지금까지도 내내 내 마음속에 담아져 있다.
아픈 이들을 치료했던 나의 어머니도 나이가 먹고 세월이 흐르니 여기저기 아프다.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는 엄마에게 방문 간호사가 계속 고용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 엄마가 생각나기도 해서 애 둘을 데리고 따라다녀봤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좀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따라나섰다고 말을 했다. 그랬다가 추운 날 애들 고생시킨다며 한참을 혼내셨다. 그랬던 엄마가 한참 생각을 하시더니 말씀하신다.
이성 구청장님, 우리 어머님의 말씀을 들어주세요 "이성 구청장에게 전해주라. 일은 특히 우리 같이 의료활동은 하던 사람이 해야 가장 잘한다. 가정형편을 알고 그 사람을 쭈욱 오래 지켜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의료활동을 할 수 있어. 내가 그 시골에서 의료활동을 했던 때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다. 지금은 더 좋아져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사는 늙고 아픈 이들이 의료혜택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성 구청장님께 꼭 그분들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꼭 얘기해줘라."정들자 이별이라고 평생 숱한 이별을 경험했을 독거노인들과 내내 소외를 경험했을 장애인과 외국인 이주민들에게는 10개월마다 자신이 마음을 함께 한 방문 간호사가 바뀐다는 것은 가혹한 이별의 반복이다. 매해 겪어야만 하는 이별이 그들에게는 눈물이다. 이는 의료활동에 있어서 인간적인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혹한 처사다.
누가 그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당장에라도 이성 구청장님께 편지 한 통 써서 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우리 동네 방문 간호사님을 지키기 위해 내년에도 보기 위해 동네 할머니의 우리 엄마의 마음과 그 엄마의 딸의 마음과 그 딸의 품에 안겨 있는 우리 딸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이성 구청장님께 이 마음이 닿기를.
난 그녀의 고용이 안정적이 될 때까지 다리 아픈 우리 엄마와 같은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 눈물 흘리지 않고 그녀들을 내년 내후년에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그녀들의 싸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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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눈물, 10개월마다 겪는 가혹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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