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져나간 갯골과 구름이 아름다운 곳 강화도
조정숙
동료들과 바다 구경하러 왔다는 은하씨와 그녀의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메아리로 돌아온다. 그녀들은 "실례지만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높이 뛰어 하늘을 나는 사진을 담아주겠다며 '공중부양놀이'를 제안했다. 그녀들은 선뜻 수락하며 몇 번이고 뛰어올랐다. 그녀들의 젊음은 싱그러웠다. 파란하늘의 구름도 반기고 차가운 겨울바람도 젊음 앞에는 방해되지 않는다.
달고 맛있는 홍시가 까치밥이라고요?선두선착장을 빠져 나오는데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가지에서 까치가 홍시를 부지런히 쪼아 먹고 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붉게 매달려 있는 감이 운치를 더한다. 생계 수단으로 감을 쪼아 먹는 까치의 모습이 신기했다. 불현듯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감나무 집으로 불렸던 친구네 집에는 홍시가 많았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늦가을에 수확해 창고에 놔뒀기 때문이다. 이 친구의 집에 이따금씩 들르면 친구 할머니께서 홍시를 하나씩 꺼내주시곤 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한 개라도 더 먹고 싶어 감을 수확할 때면 친구 집에 가곤 했다. 친구 아버지는 감나무에 감 몇 알을 남겨놓곤 했다. "왜 저건 따지 않느냐"고 물으니 친구 아버지는 "저근 까치밥이여"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감나무에서 감을 쪼아먹고 있는 까치가 귀엽기까지 하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요즘, 작은 감들은 그냥 내버려두니 새들에게는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