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이산>의 정순왕후(김여진 분). 정순왕후는 순조 때 3년간 실질적인 여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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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조선왕릉은 총 42기. 이 중 2기는 황해북도 개성시에, 나머지는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분포해 있다. 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총 9기의 왕릉이 모인 동구릉(경기도 구리시)이고, 그 다음은 총 5기의 왕릉이 모인 서오릉(경기도 고양시)이다.
한 왕조의 왕릉이 42기씩이나 보존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개성시의 2기를 제외한 40기의 조선왕릉이 2009년 6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조선왕릉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런 조선왕릉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대개 다 '왕들의 역사'를 음미한다. 좀더 나아가, 왕들의 부인인 왕후들의 역사를 함께 음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이 있다. 조선왕릉에 왕들의 역사, 왕후들의 역사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32년간의 '여왕의 역사'다. 조선은 32년간 사실상 여왕의 나라였고, 그런 역사가 조선왕릉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점은 자칫 놓치기 쉽다. 이 점을 증명하는 것이 대비·대왕대비의 수렴청정이다.
참고로, 전(前) 주상의 왕후는 대비·왕대비(王大妃)·대왕비(大王妃)라 불렀지만, 성종 때와 철종·고종·순종 때는 대비와 왕대비를 구분한 적이 있다. 또 전전(前前) 주상의 왕후는 대왕대비(大王大妃)라 불렀지만, 어떤 때는 전 주상의 왕후도 대왕대비라 부른 적이 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이제부터는 '대비·대왕대비'를 '대비들'로 간칭하자. 이 글에서는 '대비들'이란 표현이 여러 명의 대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대비와 대왕대비를 통칭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자.
대왕대비 6명, 8차에 걸쳐 32년 동안 수렴청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