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청에 가서 참고용으로 찍은 집무실 사진크기는 백제곱미터 남짓에 사방이 모두 갈색 벽으로 마감돼 있고 의자와 탁자 모두 그에 맞추었다. 고풍스러운 원목 책장에 들어 있던 <서울 600년 역사> 시리즈 책은 전임 시장 때부터 거기 있었던 것이라는데 꺼내보니 그 중 몇 권은 책 없이 빈껍데기만 있었다.
윤성근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장님은 내가 전에 희망제작소 사무실을 디자인 해 준 것을 기억하고 다시 내게 도움을 요청했나 본데, 지금 집무실은 그때와는 너무 다르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무실은 시장 집무실과 비교하면 크기가 오분의 일 정도 밖에 안 된다. 내 역량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11월 첫 주 목요일에 다시 시청에 찾아가서 압도적인 집무실 규모와 현재 인테리어 상태로 봐선 좀 더 그 방면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일을 맡는 게 옳지 않느냐고 말했는데, 시장님은 한사코 내가 그 일을 해주길 바랐다. 책방 운영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시청 직원 몇 명을 붙여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시청에는 사실 굉장히 많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전기나 목공 같은 기술 부분을 맡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시장님이 특별히 부탁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후보시절 서울시민들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쪽지들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일 것. 둘째, 희망제작소에 있던 책과 자료집을 대부분 채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책장을 구성할 것. 셋째, 이 모든 작업은 최대한 기존에 있던 가구나 기물을 재활용하면서 만들 것.
나는 주말에 줄자를 들고 시청에 다시 찾아가 집무실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모든 작업을 마치려면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